수출 하반기도 암울… 이번달 무역수지 적자 예고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업종인 석유화학·철강·조선·중공업 수출이 하반기에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유럽에 이어 중국마저 경기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 수요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삼성증권 등은 세계 3대 경제 권역인 미국·유럽·중국 경제의 동반 침체에 따른 수출 감소가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경제가 올 하반기에 제로(0) 성장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반기 들어 수출이 급감하면서 무역수지 흑자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관세청이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무역수지를 집계한 결과 수출 225억달러, 수입 270억달러로 45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말 밀어내기식 수출로 적자를 모면할 수도 있지만, 현재 추세로는 7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 조선 부문 수주액이 44억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123억달러)보다 65%가 줄었다. 세계적 경기 침체의 여파로 선박 건조 주문이 급감하면서,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LNG(액화천연가스)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비중이 높은 대형 업체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조선공업협동조합에 속한 70여개 회원사 가운데 올해 신규 수주에 성공한 조선소는 한 손으로 꼽을 정도다. 중소 조선소 대부분이 최근 3~4년 동안 수주를 못 해 현재 독을 비워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 조선소 상당수가 직원 월급도 제대로 못 주고 있다"면서 "올 하반기부터 문을 닫는 조선소가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012년 하반기 수출 전망'을 조사한 결과, 조선 업계 수출은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28%, 철강은 13.9%, 석유화학은 5.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21일 밝혔다. 이 업종들은 이미 지난달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급감했다.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 업종인 조선·철강·석유화학의 수출이 한꺼번에 20% 이상 줄어든 것은 이례적 일이다.

철강 업종은 전방 산업인 조선·자동차 업종의 불황으로 하반기 수출이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경기 불황에 따른 수요 감소로 공급 과잉이 계속되자, 포스코·동국제강 등은 감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석유화학 업종도 수출 비중의 50%를 차지하는 중국이 경기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어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게다가 화학제품 기본 원료인 에틸렌의 상반기 마진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 감소해 기업들이 손익분기점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호남석유화학·LG화학·한화케미칼은 올 3분기까지 실적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임상혁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주력 제조업의 수출 감소세가 생각한 것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일부 산업은 감산을 통해 공급가를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을 비롯한 내수 시장 전망 역시 밝지 않다. 특히 건설 부문은 4대강 사업 종료와 공공기관 지방 이전 관련 공사 발주 감소에 따라 수주가 급감할 전망이다.

반면 전자 업계는 하반기 수출이 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바닥을 지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세계 경제 침체로 당초 기대보다 성장세가 위축될 우려가 있고 업체 간 경쟁도 심해질 것"이라면서 "주력 제품 판매 확대와 차별화 전략으로 실적 개선에 전력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