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간 비행 성공… 바이오 항공연료 시대 열린다

지난 6월 19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공항 활주로. KLM항공 소속 여객기 한 대가 이륙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엔 지속가능 발전 정상회의 개최지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향하는 항공 편이었다. 항공기 동체엔 '바이오 연료를 넣었다'는 큼지막한 슬로건이 새겨져 있었다. 바이오 연료로 나는 민간 항공기가 세계 최초로 9500㎞에 이르는 대륙 간 장거리 상업 비행에 나선 순간이었다.

이 항공기에 연료를 공급한 회사는 KLM이 출자한 바이오 연료 회사 스카이엔알지(SkyNRG)사다. 이 회사의 더크 크로네메이어 총괄책임은 흥분된 목소리로 "역사적인 비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연료 넣은 항공기, 대륙 간 비행 성공

이날 비행에 사용된 바이오 연료는 폐식용유를 가공해 만들었다. 바이오 연료를 넣은 항공기의 비행이 처음은 아니다. 유럽에서는 바이오 연료를 쓰는 항공기가 종종 비행에 나선다. 짧은 거리에서 안전성이 검증되면서 더 먼 거리를 날아가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이날 암스테르담을 출발한 KLM 항공기는 11시간 비행 끝에 리우데자네이루 공항에 안착했다. 에어프랑스-KLM그룹의 피에르 알바노 환경 담당 부사장은 "바이오 연료를 넣은 KLM 항공기가 암스테르담과 파리를 오간 것은 이미 200번을 넘었다"며 "최근 항공사 간에 장거리 항공 편에 바이오 연료를 도입하기 위한 경쟁이 붙었다"고 말했다.

핀란드 국영 항공사인 핀에어는 지난해 7월 수도 헬싱키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약 1500㎞ 구간에 폐식용유로 만든 바이오 연료를 사용하는 항공기를 띄운 바 있다.

에어프랑스도 지난해 10월부터 파리와 툴루즈를 잇는 국내선에 바이오 연료를 주입하고 있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지난해 7월 함부르크와 프랑크푸르트를 오가는 정기노선에서 관상용 식물인 야트로파·카멜리나 등의 씨앗에서 추출한 바이오 연료를 쓰고 있다. 알바노 부사장은 "바이오 연료를 사용하면 이산화탄소를 80% 가까이 줄일 수 있어 관심이 많다"고 했다.

◇에너지 위기에 항공사는 바이오 연료로 대응

유럽 항공사들의 연이은 바이오 연료 사용은 환경 보전만을 노리는 게 아니다.

유럽은 1970년대 오일 파동 이후 중동 석유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자 대체 에너지 연구에 나섰다. 특히 항공사는 바이오 연료 외엔 대안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내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가 전기차로 해법으로 찾은 것처럼 항공기는 항공유를 바이오 연료로 대체하는 것이 현재까지 찾은 환경 문제의 답이다"고 설명했다.

미래 항공 산업의 신성장 동력이 될 바이오 연료 분야를 선점하자는 계산도 작용했다. 프랑스 원자력청(CEA) 패트릭 조제 기술고문은 "프랑스 정부는 이미 이 분야의 경제적 가치를 알고 1945년부터 관련 기관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곳곳에는 바이오 항공 연료 산업의 생태계가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에어프랑스는 바이오 연료 인증 회사를, KLM은 바이오 연료 유통 회사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활성화를 위해 이 회사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제조비 문제다. 아직까지 바이오 연료는 일반 항공유보다 3배가량 비싸다.

이를 위해 좀 더 싼 값에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알바노 에어프랑스-KLM 환경 담당 부사장은 "기존 엔진을 바꾸지 않고도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네덜란드 왕실의 전세기에 사용할 정도로 안전성을 높였다"며 "가격만 해결되면 곧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비싼 가격이 걸림돌

KLM에 연료를 공급하는 SkyNRG는 바이오 연료 가격을 낮추고 시장을 키우기 위해 2010년 설립됐다. 이 회사는 중국에서 폐식용유를 들여와 항공기에 넣기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직원 수는 10명에 불과하지만, 이 회사의 지난해 항공기용 바이오 연료 시장점유율은 80%에 육박했다.

SkyNRG는 하이네켄과 액센추어,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들이 매년 친환경 예산을 책정하는 것에 주목했다. SkyNRG는 이 기업들이 소속 직원을 출장 보내고 물품을 항공기로 운송할 때 친환경 예산의 일부를 바이오 연료로 운항하는 항공기를 이용하는 데 사용하도록 설득했다.

바이오 연료 시장은 매년 6% 이상 성장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수송용 연료에서 바이오 연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7%에서 2030년 10% 가까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각국 정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수송용 연료의 바이오 연료 혼합 의무 비율을 확대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까지 바이오 연료 혼합 비율을 20%, 유럽은 1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바이오 연료(Biofuel)

사탕수수·옥수수와 같은 곡물이나 식물·나무·해조류·축산폐기물 등에서 추출·발효시키는 방식으로 만든 연료. 화석연료보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해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