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경제 붕괴 우려는 기우… 다만 화끈한 회복은 어려워

지난 2분기(4~6월)에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8%를 밑도는 7.6%로 나오자 그 해석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비관론자는 중국 붕괴론이 현실화되었다는 것이고, 낙관하는 쪽은 중국의 성장 전략 전환 때문이라 별문제가 없다고 본다.

사실 7월 들어 중국의 실물경제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4대 지표인 산업생산, 전력 사용량, 철도 운송량, 수·출입 증가율 모두 올 들어 최저치를 보였다. 특히 중국의 7월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에 충격을 줬다. 물론 대(對)유럽 수출이 17%나 감소한 것이 큰 원인이었다. 유럽 이외 지역에 대한 수출은 6% 증가했다.

하지만 밖에서 보는 시각과 달리 중국 정부는 그다지 자국(自國) 경제를 걱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느긋한 모습이다.

◇중국 정부, 7.5% 성장률 목표 달성 자신

임기 말이지만 부지런한 원자바오 총리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민생 탐방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년 반 동안 긴축을 통해 통화량 증가율을 29%대에서 13%대로 대폭 낮추었다. 중국은 그동안 대출 규제, 부동산 규제, 금리 인상, 지준율 인상을 계속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경기 부양을 할 방법은 많다. 그러나 원자바오 총리는 어느 지역 방문에서도 화끈한 경기 부양책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경기 하강이 지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2012년의 경기 지표는 GDP의 3분의 1에 달하는 돈을 경기 부양에 퍼부었던 2009년과 비교하면 아직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경기 하강 국면인데도 경기 부양책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중국 정부가 인식한 경기 하강에 대한 심각성이 서방 세계가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중국 정부는 서방의 우려와는 달리 올해 7.5% 이상의 성장률 달성을 자신하기 때문이다. 방법은 국가 프로젝트의 조기 집행이다. 원 총리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에서 보고한 올해 GDP 성장률 목표는 7.5%이다. 중국은 최근 10년간 정부가 세운 연간 목표치에 미달한 적이 없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목표치는 달성한다. 노련한 원 총리가 임기 말에 10년 총리 업적에 목표 미달의 오점을 남길 가능성은 작다.

이미 올 하반기 들어 중국은 주요 국가 주도 프로젝트의 승인을 늘리기 시작했다. 경기의 추가 하강에 대한 준비를 이미 시작했다. 만약 3분기에 7.5%를 하회하는 성장률이 나오면 중국 정부는 국가 프로젝트를 대거 승인함으로써 투자를 늘려 GDP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 이르면 올 4분기부터 회복될 듯

중국의 경기 하강이 충격이긴 하지만, 중국 내부적으로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정확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첫째, 중국 경제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투자에 주도권 변화가 있다. 중국이 정부 투자가 아니라 민간 자본을 성장의 버팀목으로 쓰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은 민간 자본이 의료·금융·전력 분야에 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책인 '비(非)공유경제(共有經濟) 신(新) 36조(條)'를 발표했다. 올 상반기의 중국 전체 투자는 20%대 증가한 반면, 민간 투자 증가율은 26%를 넘었고 민간 투자 비중도 60%대를 넘어서 정부 투자보다 커졌다. 정부가 화끈하게 한 방 지르는 모르핀 주사 대신, 민간 투자 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것이다.

둘째, 금리 인하와 통화 공급을 통한 긴축 완화는 이미 시작됐다. 6월 이후 중국의 통화량 증가세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9~12개월 정도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셋째, 부동산과 자동차 경기의 반등(反騰)이다. 이미 중국 소비의 대표 지표가 된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주요 도시의 부동산 거래량도 바닥을 치고 상승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미국은 돈을 계속 풀었지만, 중국은 긴축을 했다. 최근 미국의 부동산 경기 회복은 돈을 푼 효과라고 볼 수 있지만, 중국은 긴축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 것이다. 이는 돈이 다시 돌고 있다는 증거이고 실수요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경기 회복의 중요한 신호다. 또한 부동산 가격의 반등은 은행의 잠재 부실을 줄이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제는 중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비관보다는 바닥에서 불어오는 구조 변화를 잘 살펴보고 투자 기회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이르면 4분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중국의 경기 회복을 겨냥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중국에서의 제조업 경영 환경은 악화 예상

그런데 중국의 경기가 살아난다고 해도 한국 경제에 과거와 같은 화끈한 중국 특수(特需)는 없을 것 같다. 분명 내년 중국 시장은 더 커진다. 그러나 더 치열한 가격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을 하는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해 전 세계 기업이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실력이 아니면 이제는 중국에서 돈 벌기 어려운 상황이 왔다.

또한 중국에서 제조하는 기업의 영업 환경은 더 나빠질 것 같다. 정부가 강제하는 인건비의 상승이 가장 큰 구조적인 변화다. 내년에도 최저임금의 두 자릿수 상승, 외자기업에 대한 우대 철폐, 지역 주민과 종업원의 분배 욕구 증가는 불 보듯 뻔하다.

중국을 공략하지 않고는 기업의 장기 성장을 논하는 것이 어려운 시대가 왔다.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부상하는 중국 시장에서 1등을 못하면 세계 1등은 꿈 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