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넷MBA와 함께하는 경영 뉴 트렌드] 디테일로 승부…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이 뜬다

#1. 아내와 찾은 인근 대형 마트. 입구에 늘어서 있는 카트를 하나 끄집어 내는데, 손잡이 부분에 전에 없던 액정화면이 달려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손잡이에 디지털 센서가 부착돼 고객이 매장 내에서 이동한 거리와 칼로리 소모량을 환산해 보여준다. 고객 스스로 운동량을 체크하면서 쇼핑할 수 있게끔 되어 있는 일명 '건강 카트'다. 홈플러스 이야기다. 이 회사는 건강 카트를 개발하며 한국인의 평균 보폭, 허리 높이, 아이와의 눈높이 등을 고려해 손잡이 두께 및 각도, 시트 각도, 바스켓 깊이까지 세심하게 디자인했다. 카트에 설치된 메모 꽂이, 컵 홀더, 휴대폰 홀더, 핸드백 걸이를 보면 고객의 작은 편의까지 배려한 흔적이 느껴진다.

#2. 스프링으로 종이를 꿰어 놓은 스프링노트는 학창 시절을 기억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그런데 이 노트를 쓰다 보면 불편한 게 있다. 오른쪽 페이지와 달리 왼쪽 페이지에 무언가를 적어 나가다 보면 스프링이 자꾸 손에 걸리는 게 여간 성가시지 않다. 모닝글로리의 '쓰기 편한 PP 노트 시리즈'는 스프링노트의 가운데 부분의 스프링을 과감하게 없애고 위아래 부분에만 스프링을 달아 이런 불편을 줄였다. 고객을 배려한 세심한 조치다. 모닝글로리의 또 다른 히트작인 '친절한 단어장'은 표지를 둘로 만들어 표지로 단어와 뜻을 교대로 가리면서 영어 단어를 암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소비자의 작은 니즈를 놓치지 않은 이 제품은 판매량이 100만권에 육박하는 히트 상품이 됐다.

최근 모든 상품 시장은 일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비슷비슷한 제품들이 판치는 성숙·포화 시장이 됐다.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가 줄어든 데다 웬만한 기술은 금세 모방이나 복제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승부는 큰 데가 아니라 작은 데서 갈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른바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 (Micro Value Marketing)'이 뜨고 있는 이유다.

◇아주 작은 차이가 성패를 가른다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은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 가운데 평소 고객이 불편함이나 아쉬움을 느꼈을 만한 세밀한 부분까지 찾아내 소비자 중심으로 제품 설계를 바꾸거나 서비스를 개선하여 소비자 만족을 극대화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작은 가치에 감동받은 고객들의 진솔한 소문이 또다시 새로운 고객을 불러오기도 한다. 거액을 투자하여 신기술로 무장한 첨단의 제품을 출시하고 매스미디어를 통해 무차별적 광고를 퍼붓던 기존의 '매크로(macro)'한 마케팅 방식과 구별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올리버 와이만의 아드리안 슬라이워츠키 부회장은 "일부 기업은 '안에서 밖으로(In & Out)' 전략에만 젖어 있고, '밖에서 안으로(Out & In)' 전략에는 눈을 감고 있다. 그래서 똑같은 제품을 만드는 경쟁사는 대박이 나는 반면, 어떤 기업은 쪽박을 차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리에 앉아 혼자만의 상상력으로 제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강요하지 말고,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제품을 만들어 수요를 창출하라는 말이다.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는 실패한다

그렇다면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 어떤 요소를 갖춰야 할까. 다음과 같은 3D를 염두에 둬야 한다.

먼저,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Desirable)이어야 한다. 고객에게는 아무런 가치도 주지 못하는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로는 고객의 마음을 당겨올 수가 없다. 사이다처럼 투명한 콜라인'펩시 크리스털'의 실패가 이에 대한 방증이다.

둘째, 지속 가능한 것(Durable)이어야 한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거나 혹은 또 다른 이유로 인해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라면 별 소용이 없다.

셋째, 독특해야(Distinctive) 한다. '넘버 원'이 아니라 '온리 원'이 중요한 세상에 누구나 제공 가능한 가치 또한 고객의 눈길을 끌기가 힘들다. '나만이 할 수 있는 나만의 것'이라는 요소가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을 완성한다. 결국 성공적인 마이크로 밸류 마케팅은 '고객이 원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차별적 가치'가 관건이다.

'디테일 전도사'인 중국의 경영 컨설턴트 왕중추가 역설했듯 사소함이 전체를 결정한 수많은 사례를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쇼핑 카트의 크기를 키우니 부피가 큰 아이템의 매출이 늘어나고, 사무실 거리가 멀어지니 직원들의 소통이 힘들어진다. 테이블을 원형으로 바꾸었더니 권위적인 회의 분위기가 바뀐다.

디테일은 이제 더 이상 대세에 지장 없는 작은 부분으로만 남지 않고 전체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그 위상이 격상됐다. 작은 것의 힘은 크다. 기업의 성공과 성장 역시 이제 작은 것에 달려 있다. 고객이 원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차별적 가치. 작은 것을 허투루 보지 않는 창의적 발견력이 기업의 지속 가능 경영을 담보하는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