肉食과 酒色 파격의 삶… 경허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경허 선사 본인도 육식과 주색(酒色) 등 잘못된 습관을 부끄러워하며 변명하고 후회했다."

불교전문 출판사인 민족사 윤창화 대표가 불교평론 가을호에 발표한 '경허의 주색(酒色)과 삼수갑산'이라는 글을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올해 열반 100주기가 된 경허(鏡虛·1849~1912) 선사는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로 일컬어진다. 그 수행과 깨달음, 법력에 있어 당대에 따를 이가 없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술과 고기를 먹고 부녀자를 희롱하는 등의 기행(奇行)도 널리 알려졌다. 윤 대표는 "긍정적으로 보면 선승(禪僧)의 무애행(無碍行·얽매임 없는 행동)이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계율 파괴"라며 "오늘날 한국 승가(僧伽)의 계율 의식이 느슨해진 데는 그의 영향이 크다"고 했다.

경허의 잘못된 습(習)에 대한 변명은 경기도 화운사 강사를 지냈던 김대은(1899~1989) 스님이 1938년 한 잡지에 연재한 평전 '인간 경허'에 등장한다. 1900년 무렵, 구례 화엄사 수도암에 머물던 경허는 한 스님이 '대사(大師)라 불리는 분이 어찌 주색(酒色)을 제어하지 못하느냐'고 비판하자 얼굴을 붉히며 이렇게 답했다. "내가 출가했던 절은 땡중의 소굴이어서, 뭇사람들이 주색(酒色)에 빠진 것을 늘 보고 들으며 자란 터라, 그 습관이 본성이 되어 그만두질 못하게 되었소."

윤 대표는 "그의 제자 만공(滿空)도 스승에 대해 '선(善)은 부처, 악은 호랑이보다 더했다'고 했고, 법제자 한암(漢巖)도 '법을 따르는 것은 좋으나 행(行)을 따라서는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조선왕조 500년을 거치는 동안 불교도, 선(禪)도 맥이 끊기다시피한 상황에서 대중 속으로 파고들어 온갖 영욕(榮辱)을 감내하며 선풍(禪風)을 진작시키려 노력한 경허의 삶 전체를 폄훼해선 곤란하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