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파워 클래식] '문제적 인간' 뫼르소에 집행유예를 선고한다… 탕, 탕, 탕

"탕!"

지난 21일 저녁 광화문 올레스퀘어 드림홀. 조선일보와 시공사가 함께한 열 번째 북콘서트 무대는 '이방인' 주인공 뫼르소의 총성과 함께 열렸다. "강렬한 태양 때문에" 총을 쐈다는 뫼르소의 살인혐의를 놓고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는 모습은 서울 세원고 연극부 학생들의 연극으로 펼쳐졌다. 살인혐의로 법정에 선 뫼르소는 자신의 재판을 구경꾼처럼 '관람'한다. 애당초 '상식'이라 여겨지는 죄의식이 그에겐 없었다. 그것을 빌미로 뫼르소가 고의 살인을 했다고 주장하는 검사, 스스로 뫼르소가 되어 '나는'이란 표현을 쓰는 변호사, 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보는 배심원들….

역대 북콘서트 중 최다 관객인 250여명이 뫼르소가 재판받는 장면을 압축 재현한 무대를 조용히 지켜봤다.

어수웅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의 사회로 진행된 2부에선 소설가이자 '이방인' 번역자인 최수철씨, 중동고 철학교사 안광복씨, 정신과 전문의 이나미씨가 '뫼르소의 문제성'을 주제로 열띤 대담을 펼쳤다. 최수철씨는 "뫼르소는 도덕과 관습에 끝까지 '반항'한다. 속물적 세상에서 솔직하게 살기란 힘들고 번거롭고 귀찮은 일인데, 그는 너무 부지런하고 도전적이어서 몸과 마음이 요구하는 대로 살다가 결국 축출(죽임)당하고 마는 이방인이 되었다"고 해석했다. 반면 이나미씨는 "사회에 도전한 영웅적 인간이 아니라 자기가 뭘 원하는지조차 몰랐던 보통 인간이었다"며 "사형 선고라는 극단적 상황에 처하고서야 비로소 힘없는 자기 존재를 깨달았고, 별다른 저항도 못 해보고 사형에 처해짐으로써 이 사회가 부조리함을 보여준 것"이라 반박했다. 두 대담자의 날 선 부딪힘에 무대가 달아올랐다.

'만약 당신이 판사라면 뫼르소에게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가.' 한 참석자의 질문에 안광복씨는 "유죄!"라고 단언했다. 안씨는 "상식의 90%는 건강하다. 그러나 상식도 굳어지면 지독한 편견이 된다"며 "이방인(뫼르소)은 병적으로 오염된 편견을 깨뜨리려 애썼기 때문에 유죄이지만 집행유예다"라고 답해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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