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우리 맛] 붉은 내 속살, 좀 야들~ 야들해

무화과(無花果)가 작고 쪼글쪼글하고 찔깃한 과일이라고 알고 있다면, 당신은 말린 무화과만 맛봤을 가능성이 크다. 싱싱한 생무화과는 야들야들 연하다. 아이 주먹만 한 데다가 한입 베어 물면 싱싱한 단맛이 입 주변으로 흐를 정도로 과즙이 풍부하다.

무화과는 늦여름부터 가을이 제철이다. 전국 무화과 생산량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전남 영암군 삼호읍에서는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무화과 수확에 들어갔다.

서울 등 도시 사람들에게 생무화과가 익숙지 않은 건 무화과가 물러 유통·보관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시장이나 식당에서 볼 수 있는 무화과는 대개 말린 것이다. 삼호농협 황성오(58) 조합장은 "삼호에서 나는 국내산 무화과는 커서 말리기 힘들다"며 "시중에 유통되는 건(乾)무화과는 100% 수입산"이라고 했다.

무화과란 이름은 '꽃이 없는 과일'이란 뜻이지만, 꽃이 없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을 뿐이다. 꽃이 필 때 꽃받침과 꽃자루가 긴 주머니처럼 커지면서 그 속으로 작은 꽃들이 들어가 버린다. 무화과를 반으로 쪼개보면 가느다란 실 같은 게 촘촘하게 들어 있는데, 이게 꽃이다.

영암군 삼호읍이 무화과 생산의 중심지가 된 것은 1970년대 초. 황 조합장은 "1971년 삼호농협 초대 조합장에 취임한 고(故) 박부길씨가 삼호 토양이 무화과 재배에 맞다는 걸 알아내고 보급에 나섰다"고 했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무화과는 대부분 마수이도후인(Dauphine)과 봉래시(Horaish)이다. 모양은 거의 같지만 마수이도후인이 더 크고(개당 약 80g) 자줏빛이 도는 타원형인 반면, '재래종'이라고도 불리는 봉래시는 약간 작고(개당 약 60g) 초록빛이 돌면서 원형에 가깝다. 재배농가나 도시 소비자들은 마수이도후인을 더 선호한다. 열매가 더 일찍 맺히고 수확량이 많은 데다, 열매 끝부분이 X자 모양으로 벌어지는 현상이 덜하기 때문이다. 영암 등 무화과를 예전부터 먹어온 지역 사람들은 봉래시를 더 쳐준다. 더 달고 맛있다는 것이다. 황 조합장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면 봉래시에서 꿀맛이 난다"며 "열매 끝이 벌어져도 맛과 품질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영암 등 전남 지역에서 주로 소비되던 생무화과가 서울 등 대도시에서도 예전보다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냉장유통기술이 나아진 데다 무화과가 몸에 이롭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찾는 이들이 늘었다. 무화과는 펙틴과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단백질 분해효소인 피신(ficin)이 무화과의 라틴어 이름인 피쿠스(ficus)에서 비롯됐을 정도로 무화과에 많이 들어 있다. 피신은 소화 촉진과 변비 해소에 특효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고기를 먹을 때 같이 먹으면 좋다. 동의보감 등 한방에서는 무화과가 위를 튼튼하게 하고 열을 내린다고 말한다.

무화과는 시장 등에서 구해도 되지만, 삼호농협으로 전화(061-464-6010) 또는 인터넷(www.samhonh.com) 주문하면 택배로 보내준다. 25~30개 담긴 2.5㎏짜리 한 박스가 3만원, 45~50개 4㎏짜리가 4만3000원이다(택배비 포함). 받아서 바로 냉장고나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면 닷새 정도 보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