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춤꾼' 피나에게 보내는 '근육'의 헌사

2009년 6월 30일 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슈가 독일 부퍼탈에서 세상을 떠났다. 암 진단 닷새 만이었다.

그가 이끌던 부퍼탈 무용단원들은 물론 바우슈 친구이자 예술적 동지였던 빔 벤더스 감독은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벤더스 감독은 1985년 베니스에서 바우슈의 전설적 공연 '카페 뮐러'를 봤을 때부터 그의 춤을 카메라에 담고 싶어했다. 24년을 기다린 끝에 막 영화가 제작에 들어가려는데 바우슈가 그의 곁을 영영 떠난 것이다. 부퍼탈 무용단 단원들은 벤더스 감독을 찾아와 예정대로 영화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탄생한 벤더스 감독의 '피나 3D'는 바우슈의 전기(傳記) 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요즘 유행하는 '스크린에서 3D로 공연 다시 보기' 같은 공연 영상물도 아니다. '피나 3D'는 감정을 표현하는 '몸'에 대한 충실하고도 우아한 기록이자 바우슈에게 바치는 사려 깊은 헌사(獻辭)다.

피나 사후(死後)에 촬영에 들어간 이 영화에서 그가 등장하는 장면은 5분도 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영화는 부퍼탈 무용단원들이 출연한 '봄의 제전' '카페 뮐러' '콘탁트호프' '보름달' 등 피나의 대표작 4편의 공연 장면을 담았고, 공연 중간에 피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퍼탈 무용단원의 인터뷰와 독무(獨舞)를 삽입했다.

이들이 한 말을 다 합쳐봐야 30분도 채 되지 않으니 대사가 별로 없는 영화인데도 '피나 3D'에 몰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히려 공연 일부만 발췌해서 보여주는 게 너무 감질나서 '인터뷰를 줄이고 춤을 더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싶을 정도다. 20여년간 고민한 끝에 벤더스가 택한 '3D' 촬영 방식과 기술도 탁월하다.

생전 피나의 공연을 못 본 사람이라면 영화를 본 후 안타까움이 더 클지도 모른다. '움직이는 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본 관객이라면 피나가 몸을 움직여 표현하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과 통렬한 감정들을 직접 보고 싶어질 테니까. 30일 개봉. 전체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장면 바우슈가 공연하는 ‘카페 뮐러’의 한 장면.

#대사 “피나는 새로운 언어를 찾게 해줬어요. 말하는 방법을 몰랐던 저에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어휘를 가르쳐 주셨죠.”(부퍼탈 무용단의 한 단원이 하는 말)

#이런 분들 보세요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감성 영역에 관심이 많은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