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차 양적(量的)완화 시사… 글로벌 증시 일단 안도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3차 양적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매입하는 방법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것)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투자자들의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그러나 증시의 반응은 생각보다 미지근했다.

22일(현지시각)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는 "견고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회복이 감지되지 않으면 추가적인 통화 조치를 상당히 이른 시일 안에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많은 위원이 공감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는 7월 31일과 8월 1일 이틀간 열렸다. 이 회의는 연준의 통화·금리 정책을 결정하는 회의인데, 위원 12명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 회의 3주 후에 공개된다.

◇연준의 추가 조치에 대해 이례적으로 명료한 문구 담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같은 내용을 두고 연준이 앞으로 취할 조치에 대해 이례적으로 명료한 문구를 담았다고 평가했다. 고용·소매판매 등 미국의 몇몇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견고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회복'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연준이 조만간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의사록을 보면 위원들은 3차 양적완화를 포함한 몇몇 경기 부양 방식에 대해서도 매우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위원들은 만약 3차 양적완화를 단행할 경우 장기 국채를 더 매입하는 방안을 선호했으며, "많은 위원이 이런 조치가 장기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금융 완화를 광범위하게 유도해 경제 회복을 도울 수 있다고 기대했다"고 의사록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경제연구소인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미국 담당 수석연구원 폴 애시워스는 "연준이 9월 중순에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의사록 공개 전까지는 미국의 경제지표가 호전돼 연준이 추가 조치에 나서지 않으리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있었지만, 의사록 내용을 본 후에는 거의 모두가 이 생각을 접었다"고 말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다음 회의는 9월 12~13일 열리며,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8월 31일 '잭슨홀회의'라고 불리는 세계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해 연설하는데 여기서 중대 발표가 있을지 주목된다. 버냉키는 2010년 잭슨홀회의에서 6000억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를, 지난해엔 '2년 동안 초저금리 유지' 정책을 발표했었다.

의사록이 공개된 22일 미국 증시는 내림세에서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날 증시는 오전에 발표된 미 의회예산국(CBO)의 비관적 보고서 때문에 큰 폭으로 떨어지다가 오후 2시(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이 나온 후 반등했다. 다우지수는 한때 0.7%까지 하락했으나 3차 양적완화를 시사하는 의사록 내용이 알려진 후 낙폭을 줄여 0.2%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0.2% 상승했다.

미국발 호재는 국내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4% 오르며 닷새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를 기록했다.

◇미 달러화 가치 하락 등 부작용 우려 목소리도

미 의회예산국 보고서는 "미 의회가 올해 말까지 재정 감축안에 합의하지 못해 '재정 절벽(fiscal cliff)'이 발생할 경우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라고 경고해 증시에 충격을 줬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이 달러를 풀어 국채를 사들이는 양적완화를 반복적으로 시행할 경우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연준이 보유한 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공개된 의사록을 보면 일부 매파(시장에 돈을 푸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 위원들은 3차 양적완화의 효과에 의문을 제시하면서 "연준이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하고 있다.

FT는 "경기 회복으로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연준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고 미국은 달러의 가치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양적완화의 반복은 돈을 마구 찍어내다가 붕괴하고 마는, 괴테 '파우스트'의 '악마의 거래'를 연상케 한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