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TALK] 요즘 금융사 광고 속엔 불황 시그널 'F4' 보여

광고계에는 "불황기에 F4가 뜬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F4는 파이팅(Fighting), 가족(Family), 재미(Fun), 사실(Fact)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입니다. 그런데 요즘 금융업 광고 중에 F4 광고가 부쩍 늘어나 불황을 실감케 하고 있습니다.

메리츠화재의 TV 광고는 1950년대부터 한국의 눈부신 변천사를 보여주면서 '대한민국 걱정 없습니다'라는 카피와 함께 '90주년을 맞은 메리츠가 5천만 국민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로 끝을 맺습니다. 당장은 힘들지만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잘될 것이라는, 전형적인 응원(fighting)형 광고입니다. 삼성생명이 진행 중인 '사람 사랑' 광고 시리즈는 가족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전형적인 가족(family)형 광고입니다.

삼성자산운용의 '차인표 분노 3종 세트' 광고는 재밌는(fun) 광고로 화제가 됐습니다. '결혼 10주년 선물, 큐빅을 다이아라고 속여야 하는 이 남자의 분노를 누가 위로해 줄 것인가', '얇아진 주머니 사정에 시래기 한 다발도 못 사고 돌아와 '시래기들아'를 외쳐대는 이 남자의 분노를 누가 막을 수 있을까?'라는 코믹한 질문과 함께 주식보다 안정적인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라고 권합니다. 팩트(fact)형 광고란 불황기 절약 코드에 맞춰 실용성을 강조하는 광고를 말하는데, 하나SK카드의 '판타스틱' 광고가 대표적입니다. 배우 유준상이 확 내려간 주유비와 통신비 영수증을 보면서 춤을 추지요.

금융회사 광고의 이런 트렌드는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나들고 금융사들이 사상 최고 이익을 올렸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릅니다. 당시만 해도 '1등이 참 많은 증권사'(우리투자증권), '주식시장 시장점유율 5년 연속 1위'(키움증권)처럼 '우리 회사가 최고' 식의 광고가 넘쳤습니다. 불황기를 맞아 금융사들이 겸손해진 것일까요. 하지만 금융이 너무 위축되면 돈이 돌지 않게 되고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어 금융계 광고의 이런 변화는 다소 걱정스러운 현상입니다. 앞으로 금융권에서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나 '대한민국의 미래는 우리가 이끈다' 같은 자신감 넘치는 광고를 다시 많이 접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