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떠돌았다… 세계 대중음악을 찾아서"

이문세(55). 그에게는 여러 타이틀이 붙는다. '발라드의 대가' '라이브의 황제' '명MC'…. 그런 그에게 27일부터는 수식어가 하나 더 생기게 됐다. '세계 대중음악 여행의 안내자 겸 해설사.' 이날부터 채널 19 TV조선이 방영하는 '이문세와 떠나요, 비밥바룰라(Be-Bop-A-Lula)'(윤두병 이상빈 공동연출)의 진행자 겸 해설자로 나서는 것이다. 한국 방송으로선 처음 시도하는 장기(14회) 음악여행 다큐이다. 첫 방송을 앞두고 최근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이문세를 만났다.

―'비밥바룰라'는 무슨 뜻인가.

"엘비스 프레슬리 등이 부른 노래 제목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쾌지나 칭칭 나네' 처럼 일종의 팝뮤직 여흥구다. 우리 다큐의 본질이 세계 여행을 하면서 음악을 즐기자는 거여서 딱 맞는다."

―'비밥바룰라'는 어떤 프로그램인가.

"세계 대중음악의 과거와 현재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서양 팝뮤직의 원류로 여겨지는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미국·유럽·남미·동양 등 5대주의 핵심적 지역을 찾아가 현지 아티스트들과 음악적으로 교류하고 그들의 음악을 배우는 한편 우리의 음악도 들려주면서 커뮤니케이션을 가졌다."

―촬영 기간이 3개월이라고 들었다. 방송 진행, 공연 등 일정이 많아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처음 제안을 받고 음악이 나의 본질이고 직업이니까 그 콘텐츠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3개월 투자가 앞으로 3년 이상 나를 채워줄 것이라고 생각해 과감히 다 버리고 갔다 왔다."

―탐방한 나라마다 음악적 차이를 느꼈나.

"완벽하게 저마다 특색이 있다. 나라마다 사람들 표정과 지형이 다르고 그것에 따라 음악도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지형이 아주 완만한 나라에서는 평안한 음악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을 아일랜드에서 느꼈다. 영국은 아주 습하고 날씨가 우중충한 날이 많은데 영국 록이 실제 굉장히 우울하다."

―이전에도 음악 다큐는 있었다. '비밥바룰라'는 뭐가 다를까.

"나는 지구환경 다큐가 도서관에 들어가듯 우리 다큐도 책이 됐든 비디오가 됐든 도서관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후배든 선배든,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비밥바룰라'를 보고 나면 '아, 내가 하는 포크 혹은 록 음악이 이런 과정을 통해 흘러왔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비밥바룰라'는 세계 대중음악 문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참고서가 되리라고 자신한다."

―세계 유명 뮤지션들을 많이 만났다던데 특히 인상 깊었던 사람은.

"미국에서 만난 '재즈 천재' 트롬본 쇼티이다. 흔히 재즈 뮤지션은 나이 50은 돼야 무르익는다고 하는데 쇼티는 이제 20대인데도 테크닉과 필링이 엄청나고 절정의 기량을 보여줘 놀랐다."

―촬영하면서 애로는 없었나.

"매일 짐 싸고 이동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비행기가 결항돼 공항에서 몇 시간씩 대기하면서 잔 적도 있고, 연속 9끼를 햄버거만 먹기도 했다. 무엇보다 큰 고충은 인터뷰를 제안했던 몇몇 아티스트로부터 '대한민국에서 이문세가 왔다고? 그래서 뭐?' 하는 차가운 반응을 받았던 거였다. 내 자존심은 다 무너져도 꼭 다큐에 담았으면 하는 인물들이 있었는데 안 돼서 아쉬웠다."

―길거리 공연(버스킹)도 했다고 들었다. '한국의 국민가수'인데 멋쩍거나 창피하지는 않았나.

"처음에는 좀 그랬다. 한국에서의 나는 조명, 밴드 등 모든 게 제대로 차려지지 않은 무대에는 서지 않았다. 그런데 버스킹에는 그런 조건이 하나도 없다. 기타 하나만 있으면 관객이 있거나 없거나, 누가 날 무시하거나 폄하하거나 관계없이 음악을 하는 거다. 음악 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다 '옷'을 벗고 해야 할 때도 있구나 하는 걸 처음 느꼈고 쾌감도 있었다. 아무도 이문세가 누군지 모르는데 진짜 음악 실력 하나만 가지고 '이 사람 잘하네' 하는 평가를 듣는 것에 대한 쾌감이었다."

―인터뷰한 해외 뮤지션들에게 꼭 '당신에게 음악은?'을 묻더라. 이문세에게 음악은?

"언젠가 이 질문을 받을 거라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멋있는 답을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진짜 그것처럼 어렵고 어리석은 질문은 없다는 것이다. 방송에서 뮤지션들에게 '당신에게 음악은?'이라고 물었던 건 어찌 됐건 녹화를 마무리 해야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것이다(웃음)."

―세계 사람들에게 음악은 무엇이던가.

"어느 나라든 그곳 문화의 중심에 음악이 있었다. 음악 하나면 직업과 지위, 성(性)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이 그 안에 다 섞이게 되는 걸 봤다. 특히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면서 우리에게 많은 사람이 마음을 열면서 다가서는 걸 느꼈다."

―세계적 뮤지션들을 만나고 그들의 음악을 듣고 나니까 혹시 한국 대중가요는 그들에 비해 너무 가볍고, 즉흥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던가.

"사실 한국 대중음악은 100% 맘에 안 든다. 무엇보다 가사가 감동을 주지 않아서 그렇다. 지금 노래 가사에는 직설화법이나 충격화법만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게 트렌드가 돼 있고, 어린애들이 섭취하고 당연시하는 문화가 돼 버렸다. 그걸 가볍다 어떻다 얘기하면 그 자체로 그는 구닥다리가 되는 거다. '이게 너희 음악의 트렌드이다' 인정은 하지만, 나는 안 한다는 거다."

'비밥바룰라'는…

비행 거리 6만6535마일(10만7077㎞), 함께한 해외 뮤지션 142명…. TV조선 ‘이문세와 떠나요, 비 밥 바 룰라(Be-Bop-A-Lula)’가 세운 기록들이다. 27일부터 매주 월요일 밤 11시 방송되는 ‘비밥바룰라’는 총 14회에 걸쳐 8개국 15개 도시를 돌며 그 나라의 음악과 거기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는 음악 다큐멘터리다. 가수 이문세가 ‘만국 공용어’인 음악으로 세계인과 소통하는 진행자 겸 해설자로 나섰다.

‘비밥바룰라’가 처음 방문한 도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더반. 출발부터 항공편이 결항돼 40여시간 만에 도착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문세는 드라켄스버그 소년합창단과 함께 자신의 노래 ‘그녀의 웃음소리뿐’ 등을 불렀다. 빅마마의 이영현도 게스트로 공연에 참여했다.

‘비밥바룰라’는 프랑스, 영국, 아일랜드, 브라질, 아르헨티나, 미국, 일본 등 전 세계를 누빈다. 샹송 가수 파트리샤 카스, 영화 ‘원스’의 여주인공 마르게타 이글로바, 브라질·일본에서 활동하는 보사노바 보컬리스트 리사 오노, 영국 밴드 마마스 건 등 해외 뮤지션들을 만난다. 록, 재즈, 로큰롤, 컨트리, 탱고, 아카펠라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어우러진다. 가수 하동균, 박지윤, 파이브어클락(이정·한관희·박상준) 등도 게스트로 참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