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파워 클래식] 탐정을 꿈꿔보지 않은 자 누구인가… 홈스의 부활에 모두가 열광했다

"아, 또 애견이 있군 그래. 대충 보니 테리어보다는 크고 마스티프보다는 작은 종류인 듯하이." '바스커빌가의 개'에서 셜록 홈스는 의뢰인이 놓고 간 지팡이를 슬쩍 살펴본 후에, 그가 런던에서 이주한 중년의 시골 의사이며 애견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알았을까. 이유를 알고 보면 의외로 단순하다. 홈스의 설명에 의하면, 지팡이의 끝이 많이 닳았는데 그것은 왕진이 잦은 시골 의사라는 표시이며, 애견이 지팡이를 물고 주인을 따라다녔기에 이빨 자국이 나 있다는 것이다.

홈스는 늘 이런 식이다. 바지의 왼쪽 무릎 안쪽이 닳은 것을 보면 그가 구두 수선공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소매가 닳아서 반들반들해진 옷을 입은 여자를 보면 그녀의 직업은 타이피스트라고 추론한다. 자신의 추리를 펼쳐놓을 때 홈스의 모습은 언제라도 감탄을 자아낸다. 홈스 이야기들의 매력은 일상을 추리의 공간으로 설정한다는 점에 있다. 마르첼로 트루치의 지적처럼, 개인들이 상호작용하는 세속적인 세계에 과학적인 방법을 적용하여 일상생활의 범죄적 상황을 해결하는 모습은 대단히 매력적인 것이었다. 소년 시절 홈스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읽으며 잠시나마 탐정을 꿈꾸지 않았던 사람이 있을까.

홈스가 세상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주홍색 연구'(1887)이며, 라이헨바하 폭포에서 최후를 맞은 것은 '최후의 문제'(1893)에서이다. 하지만 수많은 독자가 홈스의 귀환을 열망했고, 코넌 도일은 홈스의 사망 이전을 배경으로 하는 '바스커빌가의 개'의 연재를 1901년부터 시작하게 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홈스 이야기는 장편 4편과 단편 56편을 합하여 모두 60편이다. 하지만 코넌 도일이 살아있는 동안에도 수백 편의 모방작들이 쓰였고, 뛰어난 미스터리 소설가인 앨러리 퀸은 1944년에 뛰어난 모방작들을 모아 선집을 발간한 바 있다. 홈스와 관련된 신화와 같은 이야기들도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홈스 전기를 집필한 배링-굴드는, 홈스가 1854년에 태어나 1957년에 사망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소설의 인물에 대한 전기가 쓰였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거니와, 코넌 도일이 1930년에 사망했으니 홈스는 원작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살아있었던 셈이다.

'바스커빌가의 개'는 홈스 시리즈의 부활을 알린 작품이다. 그동안 조연의 역할을 담당했던 왓슨이 사건 수사를 전면에서 수행하는 독특한 구성의 작품이다. 영국 다트무어의 황무지에 있는 오래된 가문 바스커빌가에는 선조를 물어 죽인 '악마 개'에 관한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후손인 찰스 바스커빌은 전설에 대한 공포 때문에 급사했고, 홈스와 왓슨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상속자 헨리 바스커빌을 보호한다. 초자연적인 전설이 실현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홈스와 왓슨은 관찰과 추론에 의해 사건을 파헤쳐 나간다. 그 결과 헨리의 사촌인 스태플턴이 유산 상속을 노리고 오래된 전설을 이용하여 꾸민 범죄였음을 밝히게 된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홈스의 수사 방법은 모방욕망의 대상이다. 그는 사건 현장을 객관적인 방식으로 치밀하게 관찰하며, 사건과 관련된 모든 증거를 철저하게 수집한다. 관찰과 조사에서 얻은 데이터를 가지고 가능한 해석적 맥락들을 가설적으로 추론하고, 여러 가설적 추론들을 서로 경쟁시켜서 가장 개연성 있는 가설을 선별하고 구성해 간다. 움베르토 에코와 같은 기호학자들은 홈스의 추리가 연역법, 귀납법, 인과율보다는 가추법(假推法·abduction)에 근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바스커빌가의 개'에서 홈스는 말한다. "이 일은 상상력을 과학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며, 이때는 우리의 사색을 시작할 수 있는 물질적 기초를 늘 확보해 두어야만 한다."

지팡이의 낡은 끝 부분과 이빨 자국에서 애견을 데리고 왕진을 다니는 시골 의사를 읽어내는 홈스를 바라보며, 독자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해석되어야 할 기호(또는 암호)로 가득한 곳이라는 생각을 저절로 갖게 된다. 홈스 시리즈를 읽고 나면 우리 주변의 사소한 물건과 흔적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왠지 탐정이 되어야 할 것 같은 즐거운 기분에 사로잡힌다. 세계문학 사상 가장 매력적인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인 셜록 홈스의 주소는 다음과 같다. '221-B 베이커가(街), 런던.' 런던에 베이커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221-B라는 주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홈스는 그곳에서 파이프 담배를 물고 생각에 잠겨 있을 것 같다.

[140자 트윗독후감]

"조선일보 101 파워클래식 보기 전까지는 그런 책이 있다는 걸 알지도 못했네요. 셜록 홈스를 접한 게 영국판 드라마랑 영화뿐이었습니다. (…) 셜록 홈스 드라마만 여섯 번 넘게 재탕해서 보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처럼 멋진 말은 못하겠지만, 책을 꼭 읽겠습니다." (페이스북 응모자 김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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