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 성장도 힘든 한국, 잠재성장률 1%대(2030년대 이후) 추락 우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다른 나라보다 빨리 회복했지만 경제 활력은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 투자가 부진하고 고용의 질(質)적 개선이 미흡한 가운데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가계와 기업 등 부문 간 불균형이 확대됐다.

올해의 경우 당초 국내 경기가 하반기 중에는 상승국면으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지만, 2분기(4~6월)에 회복의 모멘텀을 확보하지 못했다. 국제기구와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3%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고, 최근엔 2%대를 점치는 기관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유럽 재정위기 영향을 반영해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5%포인트 낮은 3%로 하향 조정했다.

이런 가운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2030년대에 1%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해, 최근 경기 부진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를 반영하는 게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잠재성장률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금융연구원 추정결과 외환위기 이전에는 생산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설비투자가 늘어난 데 힘입어, 7%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계기로 2000년대 들어 잠재성장률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2000년대 전반에는 평균 5.2%, 2000년대 후반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3.4%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왔다.

최근 상황을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2008∼2009년에 2.7∼2.9%까지 하락했다가, 2010∼2011년 중에 3.9∼4.0%로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잠재성장률은 발표기관마다 기준이 다르고, 어디까지나 추정에 불과하다.

외국의 경우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도 1990년대 후반 이후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우리 경제가 과거 성장기의 선진국보다 잠재성장률 하락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개방이 확대되고 경제구조가 급격히 변화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민간이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동공급 둔화, 설비투자 위축, 서비스산업의 저생산성이 잠재성장률 하락 3대 요인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한 것은 노동공급 둔화, 설비투자 위축, 서비스산업의 저(低)생산성 등 3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하는 가운데 경제활동참가율도 외환위기 직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5세 이상 인구 중 경제활동인구(취업자와 실업자) 비중을 의미하는 경제활동참가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에 69%로 OECD 국가 평균 72%보다 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영국(76.7%), 일본(81.2%) 등 주요국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청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43.8%로 OECD 국가 평균 58.9%를 크게 밑돌고 있다.

또 외환위기 이후 설비투자 증가율이 떨어졌는데, 투자가 부진해지면 GDP를 확대하기 힘들고 투자가 활발한 종전에 비해 잠재성장률 하락요인이 된다. 1970년부터 1998년까지 설비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14.5%이었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연평균 6.5%로 위기 이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제조업에 이어 서비스산업이 발달하고 있으나, 서비스업 생산성이 제조업 노동생산성의 46.8% 수준에 불과한 점도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OECD 예측대로 2030년대 이후엔 잠재성장률 1%대 가능성 높아

향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금융연구원이 추정해 보니, 통계청 인구 추계와 노동가능인력, 자본 축적 등을 감안할 때 2012∼2017년은 3.5%, 2018∼2030년은 2.8%, 2031∼2050년은 1.6%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OECD 예측이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잠재성장률도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OECD는 중국의 잠재성장률이 2001∼2007년 중 10.2%에서 2031∼2050년에 2.8%로 7.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내수기반 부진, 양극화의 진전 등이 중국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면 우리 경제는 높은 국가채무, 심각한 실업문제 등으로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이 경우 가계소득 부진에 따른 세수 감소와 복지수요 확대로 인한 세출 증가로 국가채무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성장잠재력이 저하되면 일자리 창출도 부진하게 된다. 일자리가 부족해지면 유휴(遊休)노동력 증가, 취업준비기간의 장기화, 하향취업 등으로 인해 노동시장이 불안정해진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 잠재성장률이 1%대인 프랑스를 보면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프랑스는 지금 가계소득 감소에 따른 내수부진과 10%대의 높은 실업률, GDP 대비 90%의 높은 국가채무 등으로 국내외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잠재성장률

한 나라의 생산자원을 모두 투입했을 때,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을 말한다. 국가 경제의 기초 체력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