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수요 사상 최대였지만… 항공사 외화내빈(外華內貧)

올 상반기 여객 수송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항공사들은 대부분 적자로 돌아섰다. 여객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항공사들이 우울한 실적 성적표를 받은 까닭은 무엇일까.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여객 수송 규모는 33만83만명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2009년 상반기 2454만명이던 여객 수는 2010년 2913만명, 2011년 3000만명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국제선 여객의 경우 본격적인 여름휴가와 일본·중국 관광객 증가 등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 늘어난 434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국제선 여객 월간 최고 실적인 지난해 8월 423만명보다 11만명 더 많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항공사들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296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3%나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2920억원 흑자에서 2227억원 적자(순손실)로 돌아섰다. 아시아나항공도 상반기 영업이익 6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2%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44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상반기 이익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연료유류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항공유 가격은 지난 4월부터 하락세를 보였지만, 올 상반기 고공행진을 계속했다〈그래픽 참조〉. 대한항공의 연간 유류소비량은 약 3300만 배럴.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3300만달러의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다.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이 갤런당 150센트 이상을 기록할 경우 단계별로 받는 유류할증료가 최근 16단계에서 33단계로 확대됐지만 손실을 100% 채우지는 못하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유류할증료로 충당하는 손실은 늘어난 유류비의 최대 8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가세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여객 부문과 달리, 항공사업의 또 다른 주요 축인 화물부문이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항공사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올 상반기 국내 항공화물 수송 규모는 171만t. 2010년 178만t 이후 지난해 174만t에 이어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항공화물의 감소세는 유럽발 재정 위기에 따른 세계 경기 침체 영향이 가장 크다. 휴대전화 등 IT기업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해외 현지에 생산공장을 짓고 인근 국가에 직접 제품을 수출하는 것도 화물 수송이 줄어든 주요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항공화물 세계 2위 기업인 대한항공은 여객부문 매출은 지난해보다 20% 증가했지만, 화물 부문은 12% 감소했다.

항공사 수익 악화는 저비용항공사와 해외항공사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저비용항공의 선두업체인 제주항공은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42.3% 증가한 1559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6억원으로 지난해(16억원)보다 62.5% 감소했다. 2009년 1월 첫 취항한 이스타항공은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내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세계 항공화물 시장 1위인 캐세이패시픽 그룹도 올 상반기 순손실 9억3500만홍콩달러(한화 1359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 28억800만홍콩달러에서 적자 전환한 것이다. 캐세이패시픽 그룹은 "항공유 고유가 기조와 항공화물 수요 약세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캐세이패시픽 그룹의 항공유 비용은 전년 동기보다 6.5% 상승해 영업비용의 41.6%를 차지했다. 여기에 주요 시장인 홍콩과 중국 본토의 화물 수요가 크게 줄어들어 화물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성수기인 3분기에는 항공 수요가 늘어나고 유가 하락과 환율 안정으로 항공사의 이익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