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인터넷 장난 글

2010년 12월 뉴스위크는 '인터넷이 죽인 것' 열네 가지를 골랐다. 우선 인터넷에 음란 동영상이 넘치다 보니 스트립쇼와 성인 영화관을 찾는 사람이 줄고 있다고 했다. 비디오·CD·폴라로이드카메라·전화번호부가 사라지고 사람들에게서 집중력·예의·프라이버시도 빼앗는다고 했다. 뉴스위크는 인터넷이 죽이는 것으로 '사실(facts)'도 꼽았다. 사이버 공간에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은 이슬람교도"라는 거짓말이 인터넷에 떠돌았다. 얼마 뒤 여론조사를 했더니 미국인 5분의 1이 그 말을 믿는다고 했다. SNS 시대가 열리면서 인터넷으로 유언비어가 퍼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범위도 넓어졌다. 지난해 영국 법원은 SNS로 폭동을 선동한 청년 두 명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한 명은 어느 지방도시에서 폭동을 일으키자는 글을 올린 뒤 현장에 갔다가 미리 기다리고 있던 경찰에 붙잡혔다.

▶다른 한 명은 SNS에 폭동 선동 페이지를 꾸몄다가 이튿날 "장난이었다"며 삭제했지만 기소됐다. 두 청년은 1심에서 무거운 형을 받자 "실제로 폭동이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너무 심한 처벌"이라며 항소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폭동을 선동하기 위해 집집마다 찾아다니지는 않았지만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선동행위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은 '가수 타블로의 스탠퍼드대 학력이 가짜'라며 거짓 사실을 퍼뜨린 인터넷 카페 '타진요' 회원 세 명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장은 "객관적 증거가 나왔는데도 무조건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면 내가 나라는 사실조차 증명하는 게 불가능할 수 있다"고 꾸짖었다. 며칠 전 미국 법원은 장난 삼아 "오바마 대통령을 암살하겠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대학생에게 엄벌을 내렸다. 보호관찰 3년, 가택연금 4개월, 사회봉사 250시간을 때렸다. 법원은 "실제 살해 의도가 없었더라도 잘못된 인터넷 사용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주 우리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실명제를 해도 명예훼손이 줄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고 해 온 폐지론자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헌재는 인터넷 공간을 운영하는 포털 업체가 개인 명예를 해치는 '장난 글'을 걸러내도록 책임 기준을 강화했어야 옳았다.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가 높아진 만큼 처벌 수위도 높아져야 한다. 인터넷 실명제가 없는 미국과 영국 법원의 '인터넷 장난' 엄벌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서둘러 받아들여야 할 법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