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8.29 09:31

ENTERTAINER

7080을 대표하는 가요계의 디바 이은하. 그녀가 뮤지컬 배우로 변신했다. 특유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카리스마로 단번에 관객을 사로잡은 그녀. “새로 열애를 시작한 기분이에요. 그리고 당분간 이 사랑은 계속될 것 같아요.” 그녀를 사로잡은 작품은 바로 <메노포즈>. 그 뜻을 번역하자면 ‘폐경(閉經)’이다.

폐경기를 맞은 중년 여성들의 고민을 유쾌하고 코믹하게 풀어낸 뮤지컬 <메노포즈>와 이은하의 인연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됐다. 2006년 국내 초연 당시 우연히 공연을 관람한 그녀는 작품에 매료된 나머지 연이어 객석을 찾은 경험이 있다.

“매우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이번에 출연 제의를 받고는 단번에 수락했죠. 물론 6년 전과 달라진 점도 있어요. 그땐 이 작품이 엄마 얘기 같았다면 지
금은 바로 제 얘기라는 거죠.”

쉼없이 노래하고 춤추는 무대

뮤지컬 연습은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 6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약 두 달간의 연습 과정은 더없이 즐거웠다. 가수 이은하를 벗고 50대의 한 여성으로서 배역에 열정적으로 심취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강한 맏언니 ‘전문직 여성(PW)’으로 완벽히 분해 있었다. 사회적으로는 성공을 거뒀지만 점점 심해지는 건망증과 외로움으로 괴로워하는 PW는 그 자체의 모습만으로 또래 여성들에게 위안을 주었다.

배역에 심취해 즐거웠던 만큼 고통도 따랐다. 무엇보다 낯선 장르에 도전하는 어려움이 컸다. 게다가 <메노포즈>는 첫 작품으로 택하기엔 너무나 ‘독한’ 작품이었다. 막이 오르면 네 명의 등장인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무대 위를 누벼야 한다. 쉼없이 노래하고 춤춰야 한다. 40년 베테랑 가수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몸무게가 10㎏이나 빠졌다는 그녀. 그만큼 자극을 받았다는 증거다.

“가수인 제겐 연기도 큰 산이었어요. 연출자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배우 활동이요? 앞으로 또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일에 대한 욕심이 워낙 많은 편이라…. 물론 지금은 이 작품 하나에만 열중할 생각이지만요.”

그녀는 소문난 노력파다. 작품에 몰입하기 위해 짬이 날 때마다 뮤지컬 전체 삽입곡을 훑는 것은 물론 공연이 없는 날이면 객석에 앉아 다른 배우들의 공연을 관람하며 무대를 꼼꼼히 체크한다. 같은 작품이라도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볼 때마다 전혀 다른 느낌을 주는 뮤지컬은 그녀에게는 너무나 매혹적인 장르다.

“라이브의 묘미라 할 수 있겠죠. 노래하고 춤추며 관객과 직접 호흡한다는 점도 멋지고요. 마치 뮤지컬과 새로운 열애를 시작한 기분이랄까요.”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

<메노포즈>는 여러모로 이은하에게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40여 년간 솔로 가수로 활동해온 그녀에게 협업의 중요성을 알려준 고마운 기회. 그리고 무엇보다 <메노포즈>는 나이 든다는 것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싱글인 저는 결혼한 또래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환경에서 살잖아요. 나이 든다는 걸 잘 못 느껴요. 이번 작품을 통해 비로소 그 의미를 새기게 된 거죠. 성숙의 과정을….”
그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조만간 겪게 될 통과의례를 준비하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갱년기 증상은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감기 같은 거잖아요. 감기에 걸려 심하게 앓거나, 아니면 미리 예방 주사를 맞거나… 저는 이 작품으로 벌써 면역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누구보다 제 스스로에게 도움이 많이 된 고마운 작품이에요.”

그런 면에서 <메노포즈>는 여성뿐 아니라 중년 남성에게도 좋은 처방이 될 것이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제2의 사춘기에 접어든 아내를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이은하의 <메노포즈> 예찬은 당분간 계속될 조짐이다. 내년이면 데뷔 40주년을 맞는 그녀는 한창 재즈 앨범과 공연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지금은 오직 <메노포즈>의 PW일 뿐이다. 이번 무대라면 뮤지컬 배우 이은하, 그리고 열정으로 되살아난 여자 이은하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중년의 마음을 보듬는 힐링 뮤지컬 <메노포즈>

전설의 디바 이은하와 함께 돌아온 뮤지컬 <메노포즈>는 중년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게 되는 폐경기에 대한 근심을 유쾌한 터치로 풀어낸 작품이다. 성격이 다른 중년 여성 네 명의 이야기를 통해 엄마, 아내 등 역할에 묻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잊은 이들에게 스스로의 인생을 되찾고, 새롭게 태어나 삶을 즐기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묵은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을 한층 사랑하게 되는 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할 뮤지컬 <메노포즈>는 10월 28일까지 영등포 타임스퀘어 내 CGV 팝아트홀에서 상연된다. 문의 02-744-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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