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프라다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면 자기만의 확실한 라이프 스타일이 있는 사람과 잘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년층은 물론이고 30~40대 젊은 CEO들도 선호할 듯하다.”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이 제네시스 프라다를 만났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는 이 ‘패셔너블한 자동차’를 운전해본 후 “욕심이 나는 차”라고 평했다. 지난 8월, 삼청동에서 차량 시승을 마친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제네시스 프라다와 잘 어울렸다. 평소 가죽 팬츠와 롱 재킷, 화이트 셔츠와 액세서리 등을 조합한 세련된 옷차림으로 유명한 그는 제네시스 프라다의 지향점을 그 자체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한 마디로 젊고 세련된 느낌! 한글을 모티프로 한 다양한 의상, 우정사업본부가 의뢰해 디자인한 집배원복 등으로 화제가 된 그는 뉴욕 패션 위크기간에 열리는 ‘컨셉코리아’, 태국에서 개최하는 오트 쿠튀르 컬렉션, 파리 패션 위크 준비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최근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는 그가 차분히 말했다.
“예전에는 자동차와 그리 가깝게 지내지 않았다. 꽉 막힌 도로에 서 있으면 시간이 그렇게 아까울 수 없었다. 하지만 쏘나타 신차 출시 기념 패션쇼 등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자동차가 나와 내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대변한다는 느낌이랄까. 내부 디자인, 차체 색상 등 모든 부분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바꾸는 일이 점점 더 일반화될 것 같다.” 제네시스 프라다에 대한 애정도 확실히 표현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는 “제네시스 프라다를 타고 아름다운 우리나라 곳곳을 천천히 돌아보고 싶다. 편안하고 안락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디자인이 튀지 않으면서도 격조 있어 차분한 여행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했다.
사피아노 패턴이 돋보이는 정교하고 고급스러운 내부
제네시스 프라다는 세계적인 패션 기업과 협업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차 모델이다. 최고의 디자인과 성능, 내장재로 정점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자동차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명품을 내놓은 거다. 이상봉은 “제네시스와 프라다는 공통점이 많다. 제네시스는 현대자동차의 혁신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럭셔리를 지향하며 세련된 라이프스타일과 잘 어울린다. 프라다도 마찬가지다. 최고만을 선보인다는 고집이 대단해 언뜻 클래식한 느낌이 강하지만 꾸준히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다. 이것이 제네시스 프라다가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다”라고 평했다.
현대자동차는 2011년 청담동 ‘비욘드 뮤지엄’ 전시관에서 보도 발표회를 갖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지난 2009년 서울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2년 만이다. 프리미엄과 희소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1200대만 한정 생산, 판매한다. 주문 생산 방식이며 일부 해외 국가에도 판매를 하고 있다. 시승을 마친 이상봉 디자이너는 “패션 명품 브랜드 특유의 섬세함과 장인 정신이 시트에 잘 구현됐다. 프라다 고유의 사피아노(saffiano) 가죽을 사용했는데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품격이 있다” 고말한다. 사피아노 패턴을 적용한 천연 가죽은 프라다의 디자인 아이덴티티와 품질을 대표하는 상징적 소재로 제네시스 프라다 양산 모델을 위해 스티치 굵기와 간격까지 정확하게 통일해 정교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사피아노 패턴은 크래쉬 패드와 도어 트림, 시트 등 실내 공간 곳곳에 적용됐다.
색에 민감한 패션 디자이너답게 엔진 커버 역시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본네트를 열면 볼 수 있는, 폭발적 주행 성능을 이끌어내는 심장의 덮개. 메탈릭한 느낌인 데다 V8 엔진을 상징하는 8개의 작은 판이 독수리 날개처럼 펼쳐져 있어 입체적 매력을 풍긴다. 이 섹시한 커버 안에는 타우 V8 5.0 GDi 엔진이 탑재돼 있다. 현대자동차가 자체 개발한 최고급 대형 엔진으로 최고 출력 430마력, 최대 토크 52.0kg.m, 연비 9.0km/ℓ의 성능을 자랑한다. 이 엔진은 지난해 미국 자동차 전문 미디어 <워즈오토(Wardsauto)>가 ‘2011 10대 최고 엔진’으로 꼽아 화제가 됐다.
승부는 결국 디테일에서 갈린다
이 밖에도 제네시스 프라다의 뛰어난 디테일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고급스러운 펄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특수 도장 방식을 이용한 외관 컬러가 대표적이다. 블랙 네로(Black Nero), 블루 발티코(Blue Baltico) 색상은 제네시스 프라다의 모던한 느낌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아웃사이드 도어 핸들, 엠블렘 등에는 프라다 가방 버클의 팔라듐 도금이 연상되는 다크 크롬을 적용했다. 프라다에서 직접 디자인한 19인치 알로이 휠과 외장 안테나도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다. 동승석 플로어 콘솔 측면에는 제네시스 프라다의 로고와 차량 고유 번호가 새겨진 ‘시리얼 넘버 플레이트’를 부착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구석구석 최고의 가죽으로 정성 들여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여기에도 비밀이 있다. 알칸타라 브랜드 가죽이 그것. 이는 부드럽고 섬세한 느낌이 나는 최고급 소재로 천장과 사이드 필라 부분을 이 가죽으로 마무리했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혁신성과 매력을 가미하는 데 하드웨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 진정한 명품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결국 소프트웨어에 공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이런 디테일이 모두 모여 각자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딱 들어맞는 명품이 완성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네시스 프라다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면 자기만의 확실한 라이프스타일이 있는 사람과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년층은 물론이고 30~40대 젊은 CEO에게 제격이다. 언뜻 혼자서 즐기는 드라이브를 떠올리기 쉽지만 가족과 함께 어딘가로 떠나거나 손님을 태우고 이동하기에도 적합할 것 같다. 5000cc급 대형 차량에서 이런 모던한 느낌을 내기는 쉽지 않다”라고 했다.
모던 명품의 상징답게 제네시스 프라다는 판매 단계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다. 차량을 구매하는 모든 이에게는 현대 자동차와 프라다가 공동 개발한 사피아노 패턴 가죽의 키홀더와 북 케이스를 함께 제공한다. 차량은 특별 제작한 전용 트레일러를 이용, 구매자에게 직접 전달한다. GP500 단일 모델이며 판매가는 7718만 원이다.
☞ 제네시스 프라다의 탄생 배경
현대자동차와 프라다의 만남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4월 서울 경희궁에서 선보인 ‘프라다 트랜스포머’ 프로젝트의 한국 파트너를 물색하던 프라다 측은 현대자동차에 자동차 부문 공동 파트너가 되어줄 것을 제안했고 이를 현대자동차가 받아들이면서 본격적인 제네시스 프라다의 디자인 작업이 시작된다. ‘프라다 트랜스포머’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패션 외에 미술, 건축,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혁신 제품을 내놓는 프로젝트다.
양사의 협의 끝에 럭셔리 세단 시장에서 전 세계적인 호평을 받고 있던 제네시스가 혁신 프로젝트의 대상으로 결정됐고 현대차는 제네시스 1대를 밀라노로 보낸다. 밀라노는 프라다 디자인 연구소가 있는 곳으로, 현대자동차와 프라다의 디자이너들은 이곳에서 함께 작업하며 제네시스 프라다를 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