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궁극적으로 행복해지기 위해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내일을 준비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 행복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궁금한가? 벨기에의 교육 잡지 <클라세>의 편집장 레오 보만스가 엮은 <세상 모든 행복>에는 100명의 학자들이 저마다 연구를 거쳐 탄생시킨 100가지의 값진 행복론이 담겨 있다. 그중 인상적인 몇 가지를 소개한다.
“행복요리법은 있다” ―두브라브카 밀코빅·마이다 리아벡
냉소주의자들은 행복을 만드는 요리법 같은 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크로아티아의 심리학자인 두브라브카 밀코빅과 마이다 리아벡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들은 지금까지 수많은 요리사가 시도하고 증명해낸 ‘행복요리법’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들이 귀띔한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기본 재료 | 믿을 수 있는 친구,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사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도전적인 일, 기본 욕구를 채워줄 만큼의 돈, 매일 세 가지의 좋은 일. 만약 이 모든 것을 갖고 있다면 감사하는 마음.
선택 재료 | 한 명 또는 그보다 많은 아이, 섬김과 신앙, 몇 년 이상의 공부, 몸과 마음의 건강, 가끔 실패와 좌절의 쓴맛.
이 재료들에 자신만의 철학을 더해 섞어 볶거나 끓인 다음 완성되면 긍정적인 생각, 밝은 얼굴이라는 접시에 담아 대접하면 된다. 어떤가. 맛도 영양도 일품인 명품 보양식 아닌가.
TIP. 행복 데이터베이스
레오 보만스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큰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행복의 필수 조건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냐고? 어렵지 않다. 공부하면 되니까. 행복학개론 공부에 도움이 될만한 웹사이트를 하나 추천한다. 행복에 관한 연구 결과를 빼곡이 쌓아둔 곳으로, ‘행복 교수’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학의 루트 빈호벤이 총 책임을 맡고 있다. 여기에는 이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한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비롯해 행복 관련 연구 결과와 참고문헌, 신빙성 있는 행복 측정 방법, 설문으로 만들어진 국가 행복지수 등 행복과 상관관계가 있는 정보가 두루 담겨 있다. www.worlddatabaseofhappiness.eur.nl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삶을 사는 방식이다” ―일로나 보니웰
영국 이스트런던대학의 응용긍정심리학자 일로나 보니웰은 행복 연구에서 그 무엇보다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과 시간의 관계에 만족하고 있는지가 행복을 논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것. 하지만 여기서 시간 관리를 잘한다는 말이 일분일초를 다퉈가며 바쁘게 사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 관리는 일을 더 많이 하는 것, 바쁘게 사는 것과 관련이 없다. 그보다는 시간과 어떻게 사이좋게 지내느냐의 문제다. 내가 깨달은 것은 매일 자신을 위해 일정한 시간을 떼어놓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하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행복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신을 위한 시간과 남을 위한 시간, 해야 할 일을 하는 시간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을 엄격히 구분할 것. 그리고 나를 위한 시간을 풍요롭게 즐길 것. “자신의 시간은 반드시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상사 때문에, 일이 밀려서…. 세상은 넓고 핑계는 많다. 그러나 시간을 책임지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수록 감정을 잘 다루게 된다” ―레이날도 알라콘
페루 산마르코국립대학의 심리학자 레이날도 알라콘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세 가지 조건을 건강, 신앙, 가족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조건들은 나이에 따라 변할 수 있다고. 나이와 행복은 과연 어떤 관계가 있다는 걸까. 이에 대한 알라콘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보통은 젊은 사람들이 나이 든 사람보다 더 행복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건강이 나빠지고, 배우자나 친구가 세상을 떠나는 등 여러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조사 결과를 보면 늘 60~70대가 더 행복하다. 이는 노인들이 젊은 사람들보다 감정을 잘 다룰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살면서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모두 겪었다. 좋은 소식을 들어도 지나치게 요란 떨지 않고, 불행한 일이 일어나도 모든 것이 지나간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기다릴 줄 안다.” 알라콘은 지나치게 강렬한 감정적 경험은 행복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강렬한 감정은 오히려 인생의 조화를 무너뜨릴 뿐이라고. 고요하고 잔잔한 만족이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TIP. 정신건강 십계명
아이슬란드의 심리학자 도라 구드륜 구드문스도티르가 만든 10가지 행복 조언.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아이슬란드의 가정집 냉장고에는 그녀의 십계명이 붙어 있다.
01.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02. 사랑하는 사람을 아끼고 소중히 여겨라.
03. 사는 동안 계속 배워라.
04. 실수에서 배워라.
05. 매일 운동하라.
06. 쓸데없이 인생을 복잡하게 만들지 마라.
07.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고 격려하라.
08. 포기하지 마라. 성공은 마라톤이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09.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라.
10. 자신을 위한 목표를 세우고 꿈을 좇아라.
“마음 가는 것에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쓰자” ―알렉산드라 갱글마이어-불리스크로프트
뉴질랜드 오타고대학의 경영학자 알렉산드라 갱글마이어-불리스크로프트는 행복과 소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행복을 백화점이나 시장에서 돈을 주고 살 수도 있다는 얘기일까. “행복은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여 소비하는지, 소비를 통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자란다. 친구와 쇼핑을 하고 파티를 열거나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등 사람마다 다르다. 각자의 생활방식에 맞는 건강한 소비는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한다.” 갱글마이어-불리스크로프트에 따르면, 행복한 사람들이 공통으로 보이는 특성들이 있다. 의식주와 같은 기본 생활이 가능한 수입, 보다 높은 교육 수준, 안정된 직업, 원만한 대인관계등. 그러므로 교육 수준이 높고 재산이 넉넉한 이들은 화려한 쇼핑몰에 가고 친구와 고급 레스토랑에서 좋은 것을 먹고 마시는 데서 즐거움을 찾기도 하는 것. 시장경제 체제에서 돈을 쓰는 행위는 엄연한 생활의 일부가 아닌가.
어쩌면 우리는 행복을 너무 거창한 것으로만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변을 돌아보면 구석구석 우리를 즐겁게 할 뭔가가 숨어 있다. 자, 이제 결론을 내려야겠다. 공부하든, 결혼하든 또는 운동을 하든, 사람을 만나거나 취미를 갖든,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행복해지려면 마음이 끌리는 것에 시간과 돈, 에너지를 쓰자.
“행복 뇌를 자극하라” ―유광 응
말레이시아 출신의 복지생태학자 유광 응은 다소 실험적인 행복론을 설파한다. 두뇌 자극과 같은 과학 기술의 힘을 빌리면 행복의 값을 새롭게 정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여러 실험 결과,인간은 보통 시각·촉각·후각·미각 등 말초신경이 자극을 받을 때 쾌락을 얻는다. 이 같은 쾌락이 행복의 한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본 그는 이렇게 말한다.
“1954년 쥐의 ‘쾌락중추’를 전기 스위치로 자극하자 쾌감을 얻기 위해 쥐가 먹이도 먹지 않고 스위치만 누르다가 쓰러졌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이것은 두뇌에 직접적으로 전기 자극을 주면 강렬하고도 지속 가능한 쾌락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아직 많은 이들이 뇌에 인위적인 자극을 가하는 것을 부자연스럽게 여기지만, 언제나 처음은 부자연스러운 법. 쾌락중추를 자극하는 새로운 기법을 거부하기보다, 두뇌 자극 실험을 시도한 지 반세기가 흐른 지금까지 왜 좀 더 안전하게 뇌를 자극하는 연구에 예산을 투자하지 않느냐고 따져야 하지 않을까?”
유광 응의 말대로 우리는 머지않은 미래에 기술의 힘을 빌려 비약적인 행복을 누리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부작용에 대해서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쾌락과 행복의 관계, 행복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도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RESOURCE=세상 모든 행복(흐름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