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8.29 09:34

MEMORIES

리어카에 달린 카세트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동요가 동네 골목에 울려퍼질 때면, 어머니 치맛자락을 붙들고 졸졸 따라다니며 ‘10원만!’ 하고 조르던 그 시절. 집에 TV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깨에 힘주고 다닐 수 있던 그때, <로보트 태권V>가 방송되는 날이면 우리집 거실로 옹기종기 모여든 친구들 앞에서 왠지 어깨에 힘이 더 들어가던 그 시절. 새 학기의 가장 중요한 학급 행사인 반장 선거 때, 내 이름 아래에 ‘바를 정(正)’ 획이 하나하나 더해져도 짐짓 담담한 체하나 마음 속으로는 집에 가서 어머니에게 칭찬받을 생각에 입술을 씰룩거리며 미소를 주체 못하던 그 시절. 형이 타던 자전거를 물려받아 비록 헌 것일지언정 내 소유의 자전거가 생기던 그때, 오너드라이버로서 누이동생, 친구를 태워줄 수 있다는 기쁨에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기분이 들던 그 시절. 그때 그 시절은 풍요롭지는 않았으나 만족할 줄 알았기에 더없이 행복했던 것이 아닐까.

1963년 부산

 

1965년 부산
1966년 부산

 

1987년 부산

 

1992년 부산
사진가 최민식은 국내 다큐멘터리 사진 1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그의 작품은 서민들의 고단한 생활을 적나라하면서도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도록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 85세인 그는 부산에서 자갈치시장을 주요 작업 무대로 삼아 여전히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연출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의 사람들 일상을 담아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을 만나볼 수 있는 <소년시대>는 현재 롯데갤러리 대전점에서 전시 중(~9월5일)이며, 이후 롯데갤러리 안양점에서 전시(9월19일~10월11일) 될 예정이다. 문의 02-726-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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