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카에 달린 카세트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동요가 동네 골목에 울려퍼질 때면, 어머니 치맛자락을 붙들고 졸졸 따라다니며 ‘10원만!’ 하고 조르던 그 시절. 집에 TV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깨에 힘주고 다닐 수 있던 그때, <로보트 태권V>가 방송되는 날이면 우리집 거실로 옹기종기 모여든 친구들 앞에서 왠지 어깨에 힘이 더 들어가던 그 시절. 새 학기의 가장 중요한 학급 행사인 반장 선거 때, 내 이름 아래에 ‘바를 정(正)’ 획이 하나하나 더해져도 짐짓 담담한 체하나 마음 속으로는 집에 가서 어머니에게 칭찬받을 생각에 입술을 씰룩거리며 미소를 주체 못하던 그 시절. 형이 타던 자전거를 물려받아 비록 헌 것일지언정 내 소유의 자전거가 생기던 그때, 오너드라이버로서 누이동생, 친구를 태워줄 수 있다는 기쁨에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기분이 들던 그 시절. 그때 그 시절은 풍요롭지는 않았으나 만족할 줄 알았기에 더없이 행복했던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