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노래한다… 휴전선 너머까지 울렸으면

"한국에 머무는 동안 생일(9월 10일)을 맞게 돼요. 근사한 한국식 생일상을 받고 싶습니다. 불고기와 김치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하거든요. 이번 공연에 데리고 갈 막내 아들에게 멋진 한국 여자친구도 만들어주고 싶어요."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호세 펠리치아노(67)의 목소리는 옆집 할아버지처럼 푸근했다. 선천성 시각장애를 딛고 '레인' '라이트 마이 파이어' '원스 데어 워즈 어 러브' 등의 노래들을 히트시키며 1960~70년대 세계 팝계를 풍미한 가수이자 기타리스트인 그가 2007년 내한 공연 후 5년 만에 한국 팬들과 재회한다. 9월 8~9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2012 파주 포크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는 것. 그는 광주(9월 11일·문화예술회관 대극장)와 부산(9월 15일·시민회관 대극장)에서도 팬들과 만난다.

여리고 감성적인 보컬과 독학으로 익힌 빼어난 기타 연주 솜씨를 갖춘 호세 펠리치아노. 올해는 그가 1962년 디트로이트의 기타 연주자로 음악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지 꼭 5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그는 특히 첫 공연지 파주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북한이 코앞인 곳이라서 더욱 특별한 공연이 될 겁니다. 내 소망 중 하나가 바로 남북한이 통일되는 거예요. 많은 북한 사람이 힘든 일들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압니다. 내 노래가 휴전선을 넘어 북한 사람들에게도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압니까? 그렇게 돼서 제가 북한에서 공연을 열게 될지도요."

푸에르토리코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5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에 온 그는 그래미상을 7차례, 라틴 그래미상을 2차례 수상했고, '라틴 음악을 팝계의 주류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라틴 음악이 전 세계로 전파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자유(freedom)죠. 틀에 얽매이지 않고 격식에서 해방된 자유로움. 그건 나뿐 아니라 쟁쟁한 라틴 팝스타들의 노래에 일관되게 이어지는 특징입니다. 음악에 자유가 흘러넘치면 대륙 경계도, 국가 경계도 허물어집니다. 라틴 음악에 앞서 로큰롤 음악이 일찌감치 전 세계에 전파됐던 것과 같은 이치죠."

한국 팬들에게는 '레인' '펠리스 나비다드' 같은 오랜 히트곡들이 귀에 익숙하다. 그는 "옛 노래들만 부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예술가는 성장해야 합니다.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방법은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죠.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를 제 스타일로 리메이크한 앨범을 1년 반 동안 녹음해 얼마 전 내놨어요. 파주에 오시면 호세가 해석한 엘비스의 노래 몇 곡을 감상하실 기회가 생길 겁니다. 가을 분위기에 어울리는 라틴 팝 명곡들도 준비하겠습니다. 물론 한국 팬들을 위한 레퍼토리도 펼쳐야죠."

그는 "포크페스티벌 무대에 선다고 해서 내가 '포크 가수'로만 인식되지는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밥 딜런 등 60년대 가수들의 노래가 내 음악에 영향을 준 건 분명하지만, 난 스스로를 '포크 가수'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그 점은 이번 공연에서도 확인될 겁니다. 어쿠스틱 기타뿐 아니라 힘차고 정열적인 일렉기타 무대도 준비가 돼있으니까요. 한국 팬들 앞에서 보여주는 50주년 자축 파티!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파주 포크페스티벌'은…

파주시와 TV조선 공동 주최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파주 포크페스티벌은 포크음악을 주제로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음악 축제다. 올해는 포크 음악의 중흥기를 이끈 세시봉 열풍의 주역인 윤형주·김세환·정훈희를 비롯해 임창제·임지훈·강은철·추가열·유리상자·자전거 탄 풍경 등 한국 포크 음악계를 이끌고 있는 선후배 가수들이 총출동한다. 여기에 포크와 록, 퓨전재즈를 넘나들며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으로 사랑받아온 봄여름가을겨울, 포크 음악에 깊은 애정을 보여준 '국민 여동생' 아이유도 출연해 가을 분위기에 맞는 서정적 무대를 선보인다. 당일 관람료 전석 3만원. www.pajufolk.com, (031)931-666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