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사회초년생에게 주는 격려 담았어요"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대박을 쳤으니 베스트셀러 성공 공식을 알고 있었겠다고요? 아니요. 판매량보다는 전작보다 깊이 있는 후속작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더 컸습니다.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기 직전까지 수십 차례 고치고 빼고 바꿨습니다. 제 나름대로 '2년차 징크스'를 깨는 방법이었어요."

200만부 돌파를 앞둔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49) 서울대 교수가 후속 에세이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오우아)를 펴냈다. 이번 책의 대상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25~35세, 시련과 상처투성이 '어른아이'들이다. 이미 그 터널을 우당탕탕 지나온 김 교수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그들이 털어놓는 문제와 딜레마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보여주고 함께 고민하는 내용이다.

27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교수는 이 책의 화두가 '어른아이의 성장'이라고 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는 20대 안에 모든 성취를 다 이루려고 조바심 내다가 힘들어하는 학생들한테 멀리 보라고 용기를 줬어요. 이번 책에서는 다소 흔들리고 주춤하더라도 쉽게 포기하면 안 되고, 목표로 하는 이상향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야 한다고 독려했습니다."

그래서 전작과 달리 이번 책에서는 끝없는 위로와 토닥임을 기대하면 안 된다. 사회 초년병이 김 교수에게 "일이 적성에 안 맞다. 상사가 '진상'이라 힘들다. 보수가 열악하다"는 투정을 부려봤자 돌아오는 대답은 이럴 뿐이다. "회사는 견디기 힘들 때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발전의 비전이 사라질 때 그만두는 거야."('J에게―첫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너를 보내고' 중에서)

물론 절대적인 좌절의 순간엔 격려를 잊진 않았다. 암에 걸린 어머니, 비뚤어져 버린 형 사이에서 '그럼에도 버티고 싶다'고 울먹이는 한 남학생에게 김 교수는 "우리에게 지워진 운명적 삶의 굴레는 어느 순간 극복하는 것이 아니다. 견뎌내는 것"이라고 주문한다.('아모르파티―네 운명을 사랑하라' 중에서)

출간 과정에서 김 교수와 출판사는 독자모니터 530명에게 가제본을 발송해 원고에 대한 의견을 물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본지 8월11일자 A17면〉. 독자모니터 요원들은 예리했고, 잇속도 잘 챙겼다. 김 교수가 우연히 옛사랑을 만난 뒤 착잡해하는 글, 대학생들의 멘토로 유명하지만 정작 자기 아들은 못 챙겨 씁쓸해하는 글 등엔 관심 없었다. "에피소드만 풀어놓고, 멘토로서의 교훈이나 코멘트를 안 주는 글은 책과 맞지 않다"는 게 모니터단의 주장. 그래서 그 꼭지 2개는 아예 삭제해 버렸다. 제목에 '어른아이'라는 단어가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모니터단 의견을 듣고는 '세상에 첫발을 내디딘 어른아이에게'라는 부제를 달기도 했다.

김 교수는 "성장하라! 그 성장의 과정 속에서 생기는 흔들림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며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어떤 어려움에도 어제보다 좀 더 나은 나로 성장해야겠구나' 하고 다짐한다면 보람 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