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세 전직CEO "배움은 끝이 없죠"… 20세 산골 아가씨와 동창이 되다

76세 회장님과 20세 산골 아가씨가 '졸업 동기생'이 됐다. 24일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한 성준경(76·일본학과)씨와 김은주(20·유아교육과)씨가 그 주인공이다.

2012년 가을학기 졸업생 5351명 중 최고령자인 성씨는 "평생을 배우며 살아왔고, 100살이 돼도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성씨에게 방송대는 세 번째 대학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56학번인 성씨는 한국은행에 입사했다. 1983년에 한미은행 설립에 참여해 1992년 전무이사로 퇴임한 성씨는 이후 여러 금융 회사의 전문경영인(CEO)으로 일했다. 주변에선 모두 성공한 인생이라고 성씨를 치켜세웠지만, 성씨는 만족할 수 없었다.

환갑을 훌쩍 넘긴 2000년(당시 64세)에 두 번째 대학인 숭실대 문을 두드려 5년 만인 69세에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해 전국 박사학위 취득자 중 최고령이었다.

성씨는 박사학위를 딴 뒤 숭실대·경원대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하고,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서 상임고문으로 일했다. 중년의 두 아들은 "인제 그만 쉬세요"라고 말했지만, 그는 2010년 방송대 일본학과 3학년으로 편입해 세 번째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다음 학기부터는 방송대에서 '일본 경제학'을 강의해 또다시 새로운 인생을 살 예정이다.

성씨보다 56세가 어린 방송대 최연소 졸업자 김씨는 하루에 버스가 세 번 들어오는 경남 산청의 시골마을 출신으로 원래 학교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남들 다 가는 고등학교에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빵집 아르바이트 생활 등을 하다 '이래선 안 되겠다'란 생각이 들자마자 김씨는 펜을 다시 꺼내 들었다. 김씨는 또래 친구들이 고교 1학년이던 2007년 8월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이듬해 방송대에 진학했다. 김씨는 대학을 다니면서 성적 우수장학금을 5번 받았고, 졸업 우등상까지 받았다. 졸업 이후의 삶에 대해 그는 "아직 스무살이에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더 고민해보려고요. 지금은 바리스타가 재밌을 것 같아 커피 공부를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