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물가, 굴비·과일·한우 ↓… 가공식품 ↑

요즘 제주도 인근 추자도에서는 소금에 절여 말린 참조기를 창고에서 꺼내 굴비로 엮는 작업이 한창이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추자도는 연근해 물살이 세고 수심이 깊어 국내 참조기의 최대 어장을 이루는 곳이다.

최근 수온 변화로 전남 영광에서 참조기가 예전만큼 잡히지 않으면서 추자도 굴비가 각광받고 있다. 추자도 굴비를 판매하는 추자청정수산 박경원 부장은 "지난해부터 한우 가격이 떨어지자 상대적으로 굴비가 잘 팔리지 않고 있다"면서 "창고에 가득한 굴비를 털어내기 위해 지난해보다 가격을 20%쯤 낮춰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식품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추석 물가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굴비·한우·과일 등 이른바 추석 신선식품 '3인방'의 가격은 모처럼 내려갈 전망이다. 추석이 예년보다 늦어 공급 물량을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불황으로 매출이 부진한 유통업체도 이 상품들을 평년보다 낮은 가격에 대량으로 방출할 예정이다. 가공식품은 사정이 좀 다르다. 중저가 선물세트로 인기가 높은 햄·참치 등 각종 가공식품 가격은 국제 곡물가격 급등 여파로 작년보다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굴비는 최근 판매 부진으로 비축 물량이 많다. 도매가격의 경우 굴비를 보관하는 창고비 등 관리비가 올라 참굴비 10마리(5㎏)에 27만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은 재고를 없애기 위해 이번 추석에 굴비를 지난해보다 10~20% 저렴하게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0마리(1.2㎏)에 11만8000원에 팔았던 참굴비를 16.9% 내린 9만8000원에 판매한다. 롯데마트 이경민 수산팀 바이어는 "작년보다 판매 물량을 2배 이상 확보해 20% 정도 싸게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 추석에는 과일도 싸게 맛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 추석으로 사과와 배 등 과일 가격이 급등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추석이 늦어져 물량 확보가 한결 수월해진 탓이다. 게다가 올해 일조량이 풍부해 대부분 작황이 좋다. 사과는 지난해보다 30%쯤 생산량 증가가 예상된다. 지난해 15㎏에 6만9000원대였던 사과 도매가격도 20% 정도 인하될 전망이다.

유통업체들은 올 추석엔 사과가 대표 상품이 될 것으로 보고 공급 물량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마트 오현준 과일 바이어는 "지난해 15만 상자를 팔았던 사과를 올해는 20만 상자 정도 준비했다"며 "판매가격도 지난해 상자(5㎏)당 4만원대에서 올해는 3만원대로 낮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감·대추·밤 등 다른 과일도 산지 출하량 증가로 지난해보다 15~20% 정도 가격 인하가 예상된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태풍이 추자도나 나주 등을 강타할 경우 굴비와 배 가격은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우는 현재 사육두수가 311만 마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해 소매가격이 5% 정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우 도매가격은 1㎏에 1만2340원으로 지난해(1만2782원)보다 3% 정도 떨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사육두수 증가로 가격이 15% 정도 내렸다"면서 "떨어진 시세가 올해도 유지돼 추석 한우 수요가 지난해 못지않게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가공식품 가격은 대부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대가뭄으로 옥수수·콩 등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아 미국산 돼지와 소 가격이 뛰고 참치와 알루미늄·기름값도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원재료값 인상으로 국내 햄과 참치 통조림 가격도 지난해보다 5~10% 올랐다. 추석상품 주력 가격대는 작년 1만~3만원에서 올해 2만~4만원으로 올라갈 전망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선물용 커피세트도 예년과 달리 1만~2만원대 저가 수요가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