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서 1597명에게 한국의 인술 펼쳐

지난 16일 오전 7시쯤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시 연변 제2인민병원 앞마당. 한국에서 온 강동 경희대병원 의료진의 무료 진료는 오전 8시부터지만 병원 마당은 한 시간 전부터 진료를 받으러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전 7시 30분이 되자 대기 번호는 400번을 넘겼다. 오전 6시 50분부터 와서 기다렸다는 김은준(64)씨는 "젊었을 적에 돈 벌러 한국에 가 10년 넘게 살았다. 한국에서 의사 선생님들이 온다길래 반가운 마음에 일찍 왔다"고 했다. 제2인민병원 측은 이번 행사를 위해 3주 전부터 연변 시내에 대형 현수막을 걸고 신문에 광고를 냈다.

15일부터 17일까지 이어진 이번 의료봉사활동은 작년에 이은 두 번째로, 의사 6명과 간호사 3명으로 이뤄진 한국 의료진이 사흘간 1597명을 무료로 진료했다.

진료는 한국 의사와 현지 의사의 협진(協診)으로 진행됐다. 한국 의사가 먼저 처방을 내린 후 현지 의사의 의견을 묻는 식이었다. 경희대 유명철 교수를 '스승님'이라 부르는 제2인민병원 정형외과 김순용 교수는 "경험 많고 최신 의료 정보에도 밝은 한국 의사들과 함께 수술하고 진료하는 게 이곳 의사들에겐 큰 발전의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봉사 기간 한국 의사가 집도한 6건의 수술은 과정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 교육의 장이었다.

뜻깊은 만남도 있었다. 유명철 교수가 1997년 발바닥 수술을 해준 조향옥·향자(24) 쌍둥이 자매가 유 교수를 만나러 6시간 거리의 돈화 시골마을에서 병원을 찾아온 것이다. 15년 전 9세였던 쌍둥이 자매는 소아마비로 발바닥이 뒤틀려 걷기는커녕 서지도 못했고, 치료를 위해 모아둔 돈도 사기를 당해 잃은 상태였다. 수술 후 자매는 목발을 짚고 걸을 수 있게 됐다. 유 교수는 "건강해진 자매 모습을 보니 다행"이라며 "중국에 있는 우리 동포들을 위해 앞으로도 봉사를 계속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