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천연기념물 왕소나무 반드시 살려내자"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쓰러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천연기념물 제290호 '괴산 삼송리 소나무'(일명 왕소나무·王松)를 살려내기 위해 당국이 긴급 작업에 착수했다.

수령 600여년으로 추정되는 왕소나무는 높이 12.5m, 둘레 4.7m로 나무줄기 모습이 용이 꿈틀거리며 승천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예로부터 '용송(龍松)'으로도 불려왔다. 1982년 천연기념물, 2001년 충북의 자연환경 명소로 각각 지정됐다.

주민들은 이 거목을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겨 1980년대까지 제사를 지내왔으나 28일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가지가 부러지고 뿌리째 뽑혀 쓰러지는 재앙을 당했다. 현장을 방문한 임각수 괴산군수는 하늘을 쳐다보고 탄식하면서 "괴산을 대표하는 소나무가 태풍에 쓰러진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다"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남은 뿌리를 신속히 보존하는 등 왕소나무를 살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괴산군은 사고 당일 오후부터 중장비를 동원해 왕소나무의 노출된 뿌리가 마르지 않도록 하고 상처를 방지하기 위해 복토를 실시하는 등 응급 복구작업을 벌였다. 29일에도 현대나무병원 직원들이 현장에 나와 왕소나무에 수간주사를 놓았으며, 잔가지를 자르고 소독을 하는 등 회생작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왕소나무를 쓰러진지 72시간 내에 일으켜 세우고 뿌리를 충분히 살려내 고사를 방지하는 것. 괴산군은 문화재청과 협의해 현장을 지휘할 전문가를 요청했고,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복구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그러나 굵은 뿌리가 완전히 드러난 데다 나이가 많아 회생 여부는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92년 뿌리 일부가 썩어 부패 부위를 제거하는 외과수술을 받았고, 최근에도 뿌리가 들려 외과수술을 받았다. 특히 3년 전 왕소나무의 방풍림 역할을 했던 주변 소나무들을 베어내 이번 태풍 피해를 막아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복구작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경우 괴산 왕소나무는 천연기념물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들은 "왕소나무는 오랜 세월 마을 수호신으로 주민과 고락을 함께했다"며 "문화재로 가치를 인정받은 왕소나무가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된다면 주민들의 낙심은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1990년대 초부터 미신이라며 마을에서 고사를 지내지 않은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문화재청은 "왕소나무의 천연기념물 해제 여부는 문화재위원과 노거수 전문가 등의 소견을 들어 판단할 문제"라며 "지금은 소생 작업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