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농수산물 우수수… 추석 물가 20%쯤 뛸 듯

태풍 볼라벤이 전국을 휩쓸고 지나면서 농수산물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대표적인 추석 과일인 배와 전복의 경우 전남 나주지역 과수 농가와 완도의 양식장이 큰 피해를 입어 추석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배추·상추·깻잎 같은 채소와 고등어·참조기 같은 생선은 산지에서 며칠간 작업을 하지 못해 일시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여기에 이번 주말 태풍 덴빈까지 상륙하면 물가가 폭등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태풍에 나주 배 60% 이상 떨어져

태풍 피해가 가장 큰 과일은 배다. 당초에는 올해 일조량이 많고 작황이 좋아서 추석 대목 때 배 가격이 10~20%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전남 나주뿐 아니라 충남 천안, 경기 안성 지역 배 농가가 피해를 입으면서 가격이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나주시에 따르면 배 낙과(落果) 피해 면적은 1434㏊로 전체 재배면적 2391㏊의 60%에 달한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배(15㎏)는 이날 4만5773원으로 전날보다 2% 올랐다. 배 수요가 몰리는 추석 무렵에는 지난해보다 20~30% 정도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트 황성재 바이어는 "나주 배가 워낙 유명하고 인기가 높아 필요한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했다. 유통업체들은 경북 영천과 상주 등 내륙 지방을 대체지로 삼아 물량 확보에 나섰다. 배와 더불어 추석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사과는 경북 청송과 안동 등 주산지 피해가 덜해 가격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복·우럭·전어 등 수산물도 줄줄이 올라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전복의 경우 29일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1㎏(20개)에 4만9000원으로 전날(3만5000원)보다 30% 정도 올랐다. 태풍 전 수확된 전복인데도 가격이 올랐다. 롯데마트 곽명엽 수산 바이어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추석 세트의 경우 30% 이상 가격이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유통업체는 전남 진도와 경북 구룡포 등 대체 산지에서 물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전남 여수에서는 우럭 양식장의 70% 정도가 피해를 입어 가격이 20% 오를 전망이다. 여수시에 따르면 여수 돌산읍 군내리 일대에서만 우럭 양식장 60곳이 완전히 파손됐고 30곳이 절반 이상 파손되면서 양식장에 있던 우럭 성어와 치어가 바다로 흩어졌다. 이날 서울 가락시장에서 활우럭(양식·1㎏·대)은 6600원으로 전날보다 9% 올랐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우럭의 경우 매년 양식 물량이 늘어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였는데, 태풍 피해로 다음 주부터 가격이 20% 정도 오를 것"이라고 했다.

태풍으로 어민들이 조업을 나가지 못하면서 고등어 등 수산물 가격도 급등했다. 활넙치(자연·1㎏·대)는 서울 가락시장에서 2만4750원으로 전날 1만2500원보다 98% 올랐다. 활전어(자연산)는 53%, 참조기는 49%, 고등어는 20% 상승했다.

◇"채소값도 급등할 것"

채소의 경우 수도권으로 들어오는 물량은 강원도와 경기도에서 주로 출하돼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적었지만 강풍으로 작업을 못하면서 일시적으로 출하량이 줄었다. 그 여파로 시금치(4㎏·특)는 이날 가락시장에서 9만5632원으로 전날(4만2532원)보다 124%나 올랐다. 쑥갓은 122%, 아욱과 열무는 111%, 쪽파는 82%, 얼갈이배추는 72% 상승했다.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상추·깻잎·배추 등도 전날보다 각각 27%·14%·6% 높아졌다. 채소 가격 상승세에는 태풍 덴빈이 더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덴빈은 비를 많이 뿌릴 것으로 예보돼 채소가 물러지면서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