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비친 '신문화의 탄생'](69) '교통 지옥' 초만원 京城전차… 소매치기와 '에로 범죄' 활개쳐

"대(大)경성의 두통거리, 만원 전차(滿員電車) 문제를 해결하라!"

1939년 가을 '콩나물처럼 빽빽한' 출퇴근 전차에 대한 승객들 불만이 위험수위에 이르자 경성부(府) 의회 의원들이 '총궐기'했다. 의원들은 '전차·버스 문제 대책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교통 현장까지 답사한 끝에 '전차 증차' 등 요구 사항을 운행 회사인 '경성전기'측에 전달했다. 그냥 '요구'가 아니라 '경고적(警告的) 요망(要望)'이라고 표현했다(1939년 9월 13·15일자).

1930년대 후반 경성의 '교통지옥'은 의회가 '궐기'해야 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농촌 인구의 도시 집중에 따라 1936년 한해 7700만명이던 전차 승객이 1939년에는 1억2800만명으로 66%나 급증했는데, 이 사이 전차는 159대에서 199대로 겨우 25%만 늘었다. 문제가 터지는 게 당연했다(1940년 3월 15일자). '랏슈 아워'에 광화문·종로·서대문 등 도심에 전차 한 대가 도착하면 사람이 구름떼처럼 몰려 서로 타려고 난리가 났다. 경성의 아침은 '만원 전차를 상대로 하는 학생·청년들의 탁클(태클)전(戰)으로 시작'됐다(1938년 6월 3일). '떼쓰고 달라붓는 학생은 그럭저럭 매달려 가도, 나이 어린 여학생 또는 초등학교 아동 중에는… 타지 못하고 거러 가는 학생이 수두룩'했다(1938년 6월 4일자). 달리는 만원 전차에 대롱대롱 매달려 가던 여학생이 떨어져 중태에 빠지는(1939년 3월 2일자) 등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문제는 불편이나 사고뿐만이 아니었다. 남녀노소가 옴짝달짝 못하고 밀착된 초만원 공간에서는 '소매치기·절도·에로 범죄'(1938년 6월 3일자)가 활개쳤다. 본정(本町·충무로) 경찰서는 1939년 2월 '스리(소매치기) 가 횡행하고 여학생, 직업여성 등은 불량자들의 좃치 못한 행동에 피해를 당하므로 만원 전차는 결국 범죄의 온상'이라며 경성전기 측에 대책을 세우라고 '경고'했다(1939년 2월 25일자).

그런데도 경전(경성전기)이 예산 부족 타령만 하자 의원들은 "교통지옥의 책임은 돈벌기에만 전렴하는 경전의 책임"이라고 목청을 높였고 행정기관인 경성부도 경전을 압박했다(1939년 11월 12일자). 그 결과 급행전차 신설 등 몇가지 개선책이 시행됐지만(1939년 11월 19일) '학생들은 조금 멀더라도 차라리 걸어다니라'는 '도보 통학제'같은 고육지책도 함께 등장했다 (1939년 11월 21일자). 당시로서도 뾰족한 수를 찾기는 쉽지 않았던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