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 "우리 땅 독도를 지키겠다"던 열정을 되새긴다

8월에는 우리 민족이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광복절(15일)과 국권을 빼앗긴 국치일(29일)이 있었다. 또 런던올림픽에서 벌어진 '독도는 우리 땅' 세러모니 논란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독도 영유권,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반성 없는 태도와 정치인들의 발언이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이런 시점에 수원박물관에서 "한 줌 재가 되어도 우리 땅 독도를 지키겠다"며 평생의 정열을 쏟았던 한 인물을 회고하는 특별 기획전이 열려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사운 이종학, 끝나지 않은 역사전쟁' 전시회이다.

수원박물관 측은 "이종학 선생의 수집 및 연구 활동을 되짚어보고 나라 사랑의 마음을 기리며, 올바른 역사의식을 고취하고자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전시회는 10월 14일까지 열리며 매달 첫째 월요일은 휴관한다.

사운(史芸) 이종학(李鍾學·1927 ~2002) 선생은 현재의 화성시 우정면 주곡리에서 태어났다. 20대부터 서울에서 고서점을 경영했다. 그러던 중 1970년대에 유명 장서가로부터 영토사, 임진왜란, 충무공 이순신과 관련한 자료 등을 인수한 것을 계기로 인생이 바뀌었다. 그때부터 서지학자로, 독도 지킴이로 매진했다. 사재를 들여 역사 자료 수집에 뛰어들어 일제 침략 관련 자료와 유물을 두루 발굴해 공개하고 연구에도 매달렸다. 1980년대부터 일본을 50여 차례나 드나들며 국회도서관, 고서점 등에서 독도가 한국의 땅이라는 증거가 담긴 지도와 자료를 찾아냈다.

그는 특히 일제강점기의 뼈아픈 역사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자료를 수집했다. 또 개인 연구에 그치지 않고 독립기념관, 현충사, 독도박물관, 북한 등에도 기증했다. 지금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화성'도 일제에 의해 왜곡돼 '수원성'으로 불리던 이름을 그가 바로잡았다. 또 1997년에는 울릉도에 독도박물관을 개관해 3년 동안 초대 관장도 지냈다. 그의 묘소도 독도박물관에 있다. 이번 전시회는 그의 10주기를 맞아 마련됐다.

그는 수원박물관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기도 하다. 유족들이 2004년 고서적, 사료, 지도, 사진 등 2만여점을 기증한 것이 밑거름이 됐기 때문이다. 지금도 수원박물관은 '사운 이종학 사료관'을 별도로 설치해 상설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수원박물관에 기증된 자료를 중심으로 독도박물관, 독립기념관, 현충사 등에 기증한 중요 유물 15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일생을 따라가며 우리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바쳤던 열정을 소개한다. '역사의 김매기를 시작하다' '충무공 이순신과의 만남' '한줌 재 되어 우리 땅 독도 지킬 터' '우리 강역 지키기(일제 대륙침략사)'. '내 고장 수원' 등 5개 주제로 구성했다.

전시품 중에는 그가 평생을 바쳐 연구했던 독도 관련 자료도 있다. 1785년 일본 에도시대 실학자 하야시 시헤이(林子平)가 제작한 '삼국접양지도(三國接壤之圖)'를 선보인다. 이 지도에는 독도가 조선의 영토로 표기돼 있다. 1894년에 만들어진 목판으로 제작된 세계지도인 '신정지구만국방도(新訂地球萬國方圖)'에는 조선과 일본 사이 바다를 조선해로 표기하고 있다.

또 충무공 이순신이 남긴 난중일기와 비문, 제문 등이 포함된 이충무공 전서, 수원화성 성곽 축조에 대한 기록물인 화성성역의궤도 선보인다. 일제가 통감부 설치 이후 1938년까지 식민 통치에 도움이 될 만한 조선의 다양한 관습과 생활 상태 등을 방대하게 조사 기록한 관습조사보고서, 일본이 조선 병합 과정을 상세하고 치밀하게 기록한 '일한병합시말' 영인본 등도 전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