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질환 4세 소녀에게 웃음 찾아준 2박 3일

중학교 3학년인 강홍비(15)양은 중학교에 올라온 이후 한 번도 수련회나 수학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홍비는 일주일에 3일, 한 번에 3시간 30분씩 혈액 투석을 받아야 한다. 대부분 수련회나 수학여행은 2박 3일이라 홍비가 참가하기 힘들다. 하루짜리 캠프도 혈액 투석일과 겹치면 참가할 수 없다. 홍비뿐 아니라 홍비의 가족도 변변한 가족 여행 한 번 가지 못했다. 홍비의 소원은 다른 친구들처럼 2박 3일짜리 수련회를 가보는 것이다.

올해 네 살인 백미소양은 태어나서 집과 병원 외에 여행은커녕 장거리 외출도 해본 적이 없다. 신장 기능 이상으로 몸속 단백질이 흡수되지 않고 빠져나가는 '신증후군'을 앓고 있는 미소는 하루에 9시간씩 집에서 복막 투석을 한다. 장시간 외출이라도 하려면 대형프린터기만큼 큰 복막 투석 기계와 2L짜리 투석액을 가지고 가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은 것이다. 미소는 틈만 나면 "엄마랑 병원 말고 멀리 놀러 가고 싶다"고 어머니 이성미(37)씨를 졸랐다.

지난 22일 홍비와 미소의 소원이 이뤄졌다. 홍비와 미소 같은 소아청소년 신장 환자들을 위해 다섯 번째 '온드림 힐링 소아신장캠프'가 열린 것이다. 이 캠프는 서울대병원 어린이병동 간호사들이 혈액 투석을 받느라 여행 가지 못하는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데리고 펜션으로 1박 2일 놀러 가던 것에서 시작됐다. 해마다 참가 인원이 늘고 반응도 좋아 캠프 규모가 커졌다. 제약회사가 혈액 투석기를 빌려주고, 정몽구 재단에서 구체적 프로그램을 위한 지원을 해주자 캠프 일정도 2박 3일로 늘어나게 됐다. 이번 캠프에도 전국 각지에서 소아청소년 신장 환자 40여명과 가족 등 100여명이 모였다.

겉으로 보기엔 2박 3일짜리 간단한 캠프지만, 이 캠프를 위해선 의사·간호사·신장 투석 기계 전문가·사회복지사 등 30명이 모여야 한다. 낮에는 다른 캠프처럼 레크리에이션, 캠프파이어 등을 하지만 밤 9시만 되면 환자들 혈액 투석이 시작된다. 혈액 투석기를 옮기는 데만도 성인 남성 2~3명이 필요하다. 혈액 투석기가 설치되면 혈액 투석기 엔지니어가 다시 한 번 투석기를 점검하고, 의사 지시 아래 간호사들이 혈액 투석을 시작한다.

캠프 프로그램은 평소 병원 생활 때문에 잘 해보지 못했던 것들 위주로 구성된다. '난타'나 '승마'가 대표적이다. 난타를 통해 아이들은 병원 생활을 통해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승마를 통해 약해진 체력을 기른다.

이날만큼은 환자 부모들도 자유를 즐긴다. 사회복지사들은 그동안 아이를 돌보느라 힘들었을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을 챙긴다. 그 시간에 환자 부모는 다른 환자 부모를 만나 정보도 주고받고, 아이 치료를 하며 힘들었던 얘기도 나눈다. 홍비의 어머니 신명옥(36)씨는 "막상 캠프에 오니 홍비보다 내가 더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치료를 잘해서 다 나은 아이 이야기, 이식을 받지 않고도 건강을 유지하는 아이들 이야기를 들으니 힘이 난다"고 했다. 미소는 이날 캠프에서 열린 레크댄스(에어로빅과 포크댄스를 섞어놓은 형태의 춤) 시간에 가장 춤을 잘 춘 어린이로 꼽혔다. 이날만큼은 평소 차고 다니던 복막 투석기를 뗀 미소가 말했다. "정말 재밌어서 다음에 또 올 거예요. 건강해지면 더 많이 놀러 갈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