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연금술사… 친환경 기술 개발 주도

지난달 31일 오전 인천 남동구 논현동에 있는 레미콘 업체 렉스콘의 콘크리트 연구실. 김우재(42) 포스코건설 기술연구소 박사(차장급)는 친환경 콘크리트의 강도(强度)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포스코건설은 렉스콘과 협약을 맺고 이곳에서 이산화탄소를 덜 발생하는 첨단 친환경 콘크리트 기술을 개발 중이다.

김 박사는 "콘크리트는 토목·건축·플랜트 등 모든 건설분야에 사용되는 기본 중의 기본 재료"라며 "그만큼 공사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여서 건설사들이 치열한 기술력 승부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건설업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가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이다. 시멘트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기존 제품 못지않은 기능을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시멘트 제조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발생량도 감축할 수 있기 때문. 김 박사는 시멘트 대신 철을 만들 때 용광로에서 나오는 철강 부산물(슬래그)을 활용한 콘크리트도 개발 중이다.

김 박사는 단국대 건축공학과에서 콘크리트 재료분야 전공으로 석·박사를 마치고 2003년 포스코건설에 입사했다. 포스코건설이 최근 10년간 시공한 플랜트·발전소·아파트 등 대부분 공사에서 쓰인 콘크리트가 그의 손을 거쳤다.

김 박사는 "콘크리트는 기본 재료인 시멘트·물·모래에 어떤 화학 성분을 얼마의 비율로 배합하는지가 특성을 좌우한다"며 "물 비율에 따라 강도가 달라지기도 하고, 어떤 화학 성분을 섞느냐에 따라 열 저항력을 높이거나 빨간색같이 독특한 색깔의 콘크리트를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콘크리트에 들어가는 소재를 섞는 비율은 각 건설사의 기밀로 취급될 정도다. 그는 "원자력 발전소나 초고층 건물, 일반 아파트 등에 쓰인 콘크리트는 겉보기에는 비슷하지만 용도에 따라 모두 성질이 다르다"며 "건물이 들어서는 지역의 기후도 감안해야 할 만큼 섬세한 재료"라고 말했다.

김 박사가 개발한 대표 제품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세워진 아파트와 오피스빌딩에 사용된 염분 침투 방지용 특수 콘크리트다. 송도는 바다를 매립해 도시를 만들고 있어 땅속이나 지하수 등에 염분이 많은 편이다. 미세한 염분 입자가 콘크리트를 뚫고 들어오면 건물 철근에 녹이 슬고 부피도 커져, 철근을 둘러싼 콘크리트가 깨진다. 김 박사는 콘크리트에 여러 화학물질을 섞어 실험한 끝에 알루미늄 복합물질이 염분을 막아준다는 사실을 알아내 문제를 해결했다.

포스코건설이 2007년 인천 송도에 건설한 높이 250m(64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퍼스트월드'에도 그의 기술이 들어가 있다. 초고층 건물이 옆으로 흔들릴 때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아웃리거(outrigger)층'에 철근 대신 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한 것. 콘크리트보다 몇 배나 무거운 철근을 높은 곳까지 끌어올리는 대신, 1㎠당 최대 800㎏을 견딜 수 있는 고강도 콘크리트를 펌프로 쏘아올리는 공법을 사용했다. 그는 "이 공법으로 공사비 20억원 이상을 아꼈고 공사기간도 5~6개월 단축하는 효과를 냈다"고 말했다.

김 박사의 향후 목표는 자신이 개발한 친환경 콘크리트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것이다. 첫 단계로 포스코건설이 브라질에서 짓고 있는 5조원 규모의 제철소에도 친환경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국내 콘크리트 전문가들이 해외 건설현장에서 활약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어요. 제가 개발한 콘크리트가 해외 유명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건물에 쓰일 때까지 끊임없이 연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