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장진영 유언 따라 11억 장학금 낸 아버지, 딸 3주기 맞아 전북대에 1억 추가 기탁

딸은 말기 암과 싸우는 병상에서 고향의 후배들을 돕고 싶다는 뜻을 남겼다. 아버지는 딸의 유언을 이뤄주면서 아예 딸의 호(號)를 딴 계암(啓巖) 장학재단까지 만들었다. 2009년 9월 1일 세상을 떠난 배우 장진영의 아버지 장길남(77)씨가 이 장학재단 이사장으로서 31일 딸의 3주기를 맞아 전북대에 장학금 1억원을 기탁했다.

"딸을 가슴에 묻은 비통함과 참담함으로 잠을 못 이루곤 합니다. 선행을 즐거워했던 아이여서 하늘에서 기쁘게 지켜볼 겁니다."

장진영은 모교였던 전주중앙여고에 2006년부터 3년간 매년 1000만원씩 장학금을 보냈고, 전주시 인재육성재단에도 2000만원을 기탁했다. 아버지는 딸을 떠나보낸 뒤 전주중앙여고에 5000만원을 내놓았고, 딸이 남긴 돈에 자신의 재산을 보태 11억1000만원의 기금으로 2010년 3월 장학재단을 만들었다. 장학재단은 매년 고교생 및 대학생 40명을 선발,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장 이사장은 딸이 배우의 길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했다. 딸은 상명대 의상디자인학과에 재학하면서 아버지 몰래 1992년 주민등록 주소를 옮겨 미스코리아 대전·충남 진으로 뽑혔다. 집안에 발을 붙이지 말라는 호통을 들었던 딸은 외환위기 이후 아버지 사업이 부도나자 돈을 부쳐왔다.

장진영은 배우로서 정상을 눈앞에 둔 2008년 위암 3기 판정을 받았고, 1년 뒤 세상을 떴다. 아버지는 "인정 많고 활달했던 진영이에게 처음부터 힘을 보탰으면 더 수월히 배우의 길을 걸었을 것"이라며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는 딸의 유품들을 모아 딸이 묻힌 전북 임실군 운암면 선산 아래에 작년 5월 장진영기념관을 세웠다. 60여평의 기념관에는 딸의 핸드백과, 신발, 영화제 시상식 의상, 액세서리 그리고 트로피들이 생전 사진들과 함께 알뜰히 진열돼 있다. 장진영의 주민등록증과 여권, 그가 썼던 일기들, 대학 시절 디자인했던 작품들과 재봉틀까지 전시 케이스를 채워 체취를 전한다.

아버지 장 이사장은 "내가 세상을 뜬다 해도 전시관과 계암장학회는 남아 딸의 갸륵했던 마음을 두고두고 기억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장씨는 전주 토박이면 다 아는 문구제조·판매업체 '삼화노트'를 풍남문 옆에서 40여년간 경영하며 근검으로 재산을 모았다. 문구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폐수처리약품 제조업체를 세워 경영하고 있다. 그는 전북대에 1억원을 기탁하며 "내가 죽으면 딸에게 물려주고 싶었던 재산의 일부였다"며 "어려운 형편 속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고 했다. 그는 세상을 뜨기 전 장학재단 기금으로 더 많은 재산을 내놓겠다는 뜻도 밝혔다.

전북대 서거석 총장은 "딸을 향해 사무치는 아버지의 마음을 기려 이 기금을 '장진영 장학기금'으로 명명, 그 짧고 아름다운 삶을 잊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북대는 장진영 3주기를 맞아 오는 7일과 14일 전북독립영화협회와 함께 그의 영화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