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족수난기 증언하는 '문화재 신문·잡지'

문화재청이 한말(韓末)과 일제 초기에 발행된 신문 6종과 잡지 2종의 문화재 등록을 예고했다. 근대화와 항일 독립운동사에 역사적·자료적 가치가 높은 이 신문·잡지들은 한 달 동안 관보(官報) 공고 절차를 거쳐 등록을 확정 짓게 된다. 등록문화재 제도가 도입된 지 11년 만에 신문·잡지가 처음으로 등록문화재로 선정되는 것이다.

이번에 선정된 신문·잡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 '한성순보'(1883~1884)를 비롯하여 서재필 선생의 '독립신문'(1896~ 1899), 배재학당 학생회가 발행한 '협셩회회보'(1898)와 '매일신문'(1898~1899), 한말 최대의 항일민족지인 '대한매일신보'(1904~1910), 상해임시정부의 '독립신문'(1919~1926)과 도쿄 유학생들이 발행한 '친목회회보'(1896~1898), 독립협회 기관지 '대조선독립협회회보'(1896~ 1897)이다. 이 신문과 잡지들은 개화의 전도사로서 계몽사상을 전파하고 항일정신과 민족정기를 고취하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했다.

민족수난기에 발행된 수많은 신문과 잡지 가운데 어떤 것을 문화재로 등록하는가 하는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역사의 격랑기에 발행된 논설이나 기사에 등급을 매겨 선정하는 것도 무리이고, 시각과 기준에 따라서 다양한 평가와 의견이 제시될 수 있다. 이번 선정은 그래서 특정 날짜의 논설이나 지면이 아니라 발행된 기간 전체를 일괄적으로 지정하였다.

등록 대상이 된 8건의 신문·잡지는 전체 지면을 문화재로 등록하되, 가장 많은 분량이 같은 장소에 소장된 유물의 전체 묶음을 문화재로 등록한다는 원칙이다. 이렇게 해서 대상이 된 신문·잡지는 국립중앙도서관·국립고궁박물관·서울대·연세대 등 네 곳의 소장본이다. 하지만 소량을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등록 대상에서는 제외되었다 하더라도 문화재로서의 가치는 동일하게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추가로 등록 대상이 되어야 할 중요 신문·잡지도 있다. '한성주보' '황성신문' '제국신문' 등 한말의 신문과 서울 양화진 외국인 묘소에 안장된 대한매일신보 사장 배설(裵說·E.T.Bethell)의 묘비도 문화재 등록에 포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근대 문화재 등록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는 신문·잡지의 역사적 중요성과 사료적 가치를 정부가 공식 인정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신문·잡지의 보존에 정부가 관심과 지원을 기울이게 되었다는 점이다. 신문과 잡지는 세월이 흐르면서 화학작용으로 인한 변질·부식·마손이 꾸준히 진행된다. 사람의 손이 닿으면 훼손은 가속화된다. 도자기나 목제, 금속제 유물과 달리 신문과 잡지는 아무리 조심해도 흐르는 세월을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연약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문화재 등록에 그치지 말고 보존 처리에 정부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문화재는 수장고에 넣어두고 열람을 금지하여 보존에 만전을 기하는 것으로 소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연구의 활성화가 최종 목표로 되어야 한다. 신문과 잡지는 한국 근현대사 모든 분야의 기본 자료이다. 개화사·정치사·독립운동사·문화사·문학사·인물연구 등 광범한 역사 연구에 1차 자료로 활용된다. 따라서 영인본 제작,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을 국가적인 정책으로 추진하여 원본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연구자들이 편리하게 활용하도록 하는 사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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