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멘토로 나선 45명의 CEO

"멘토로 만났던 대학생들이 또 한 번 만나자며 종종 문자메시지를 보내요. 젊은 사람들의 미래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보람찰 뿐 아니라, 후배들을 가르치고 어울리면서 제 인생 후반부도 더 풍요로워진 것 같습니다."

노기호(65) 전 LG화학 사장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2년간 대학생 25명의 멘토로 활동했다. 한양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특임 교수로 활발하게 강의하는 와중에도 매달 5~6시간씩 시간을 내 대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그의 일상이 됐다.

노 전 사장이 멘토로 활약하게 된 것은 '사단법인 CEO 지식나눔'의 회원이 되면서부터다. 이 모임은 대기업 전·현직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들이 참여해 만든 것으로 이달 창립 2주년을 맞았다. 현재 45명의 회원이 지식과 경영 노하우를 사회에 환원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지식 기부'에 나서고 있다.

회원들은 한국장학재단 대학생들, 서울대 경영학과, 한양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대전 솔브릿지 국제대학 학생들과 멘토로서 만남을 갖고 있다. 회원 1명이 학생 10명 안팎으로 이뤄진 팀의 멘토가 돼 매달 한 번씩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멘토 기간이 끝나도 이메일,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으로 학생들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CJ홈쇼핑 사장을 지낸 조영철(66) 공동대표는 "멘토로 처음 만나 면접 등 입사 준비를 도와준 지방 대학생이 대기업에 입사했을 때 정말 보람을 느꼈다"며 "가정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길을 보여주는 인생의 선배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CEO지식포럼 회원들은 한양대 경영대학과 공과대학, 성균관대와 이화여대 공과대학 등에서 창조경영이나 리더십 등을 주제로 2학점짜리 강좌를 개설하거나 특강도 하고 있다. 1회당 20만~50만원 안팎인 강의료는 회원들이 전액 적립해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 유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하고, 사회단체에도 기부한다.

창립 2주년을 맞아 활동의 폭도 더욱 넓히기로 했다. 회원들이 대기업에서 익힌 경영 노하우를 중소기업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선 과제다. 한국 경제가 튼튼해지려면 중소기업들이 성장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중소기업연합회 등과 교류해 중소기업에 필요한 게 뭔지 함께 고민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연구기관도 만들어 정부에 경제 관련 정책을 제안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김종훈(63) 한미글로벌 회장은 "우리가 가진 것을 아무런 조건 없이 주변에 나눈다는 게 모임의 핵심 정신"이라며 "좋은 기부 방식도 많지만 실천이 가장 중요한 만큼 더 많은 기업인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