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응급처치만 배워도 '슈바이처' 될 수 있어

최근 방영 중인 종합병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메디컬 드라마 '골든타임'이 인기다. 의료현장의 현실을 잘 담아낸 드라마 골든타임은 '생과 사의 갈림길, 한 시간'이라는 그 의미처럼 응급환자의 생존율과 직결된 '한 시간'의 중요성을 잘 그려냈다. 신속한 초동 대처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약을 쓰고 여러 번 수술을 받아도 회생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드라마에서도 응급처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우리 주변에는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이맘때 '명동 실신남'이라는 동영상이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동영상을 보면, 평일 오후 명동 길거리를 걷던 한 남성이 갑자기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진다. 많은 사람이 쓰러진 남자에게 다가가 의식을 확인하고 관심을 보이지만, 훨씬 더 많은 사람은 그냥 멀뚱히 보고 있거나 발만 구르며 안타까워할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이 동영상은 대한적십자사가 '응급처치'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작한 몰래카메라 형태의 동영상이었지만, 만약 실제 상황이었다면 이 남성의 생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미국의 경우 16개 주에서 심폐소생술을 필수 의무교육으로 실시해 매년 250만 명이 응급처치 자격증을 획득하고 있다. 이 때문일까? 국내 심정지 환자 생존율이 3% 미만인 반면 미국은 20%에 육박한다.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은 이처럼 응급처치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9월 둘째 주 토요일(올해는 8일)을 '세계응급처치의 날'로 정하고 있다. 매년 전 세계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이 행사의 올해 주제는 '취약 계층을 위한 응급처치(First Aid for Vulnerable people)'이다. 장애인과 취약계층은 응급 상황에 노출될 확률이 일반인보다 높은 데 반해 교육 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도 9월 3~8일을 응급처치 주간으로 선포하고, 장애인 학교 등 전국 148개 특수학교에서 응급처치 강의를 진행 중이다. 더불어 전국의 터미널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심폐소생술 시연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충북의 한 중학생이 물에 빠진 동생에게 심폐소생술을 펼쳐 소중한 생명을 구한 일이 있었다. 우리도 간단한 응급처치를 배우는 것만으로도 나이팅게일이 되고 슈바이처도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