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부천] [위크엔드] 삼국지·패루·짜장면… 중국을 만난다

지난달 24일은 한중 수교(修交) 2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중국은 우리 역사에서 늘 뗄 수 없는 관계였지만, 그 중요성은 앞으로도 갈수록 커질 것이다. 중국이 전 세계의 패권을 겨냥하며 그 거대한 몸을 들어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국 전문가의 표현대로 "우리가 지난 50년을 미국과 살았다면, 앞으로 50년은 중국과 더불어 살아야 할 것"이다.

그 중국을 가까이서 편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 인천에 있는 차이나타운이다. 개항기에 처음 생긴 뒤 빠르게 주민이 늘어 한때 수천여명의 화교가 북적대며 살던 곳이다. 그 시절에 비할 수야 없다지만 이곳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제1호 중국인 마을이다. 이번 주말에는 이곳으로 '작은 중국' 여행을 떠나보자. 맛있는 먹을거리가 가득하고, 그다지 넓지 않아 걸어다니며 구경할 수 있다. 게다가 경인전철 인천역 종점에서 내리면 바로 앞에 있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하루 여행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이곳은 지난달 2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99' 중 한 곳으로 뽑히기도 했다.

◇패루, 치파오, 월병… 작은 중국

이곳 여행은 인천역 대합실 앞에 우뚝 서 있는 중국인 마을의 상징 '패루(牌樓)'로부터 시작된다. 150t의 돌을 이용해 11m 높이로 만든 이 패루는 인천시와 우호도시 관계인 중국 웨이하이(威海)시가 만들어 준 것이다.

이를 지나 언덕길을 오르면서부터 중국인 마을은 시작된다.

자유공원 입구까지 이리저리 퍼져 나가는 거리에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 장식 속에 온통 중국풍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상품 중 하나로 치마 한쪽이 길게 터진 치파오, 중국인들이 명절 때 즐겨먹는 음식으로 빵과 과자의 중간쯤 되는 월병, 양고기 꼬치와 만두…. 여기에 '화교 3대'나 '천하일미' 등의 문구를 내걸고 서로 가장 맛있는 집임을 자랑하는 음식점들을 지나다보면 고소하게 퍼져나오는 냄새에 절로 시장기가 느껴진다. 이리저리 그냥 구경하면서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지만 꼭 들러보아야 할 곳들이 있다.

우선은 화교중산학교 벽을 따라 만들어 놓은 삼국지 벽화 거리. 135m의 담을 따라 가로 34㎝·세로 25㎝의 타일 수천 장을 붙여 삼국지연의의 주요 장면들을 생생한 느낌의 벽화로 만들어 놓은 곳이다.

송월동 쪽으로 가는 길에는 의선당(義善堂)이 있다. 안팎이 워낙 허름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데, 당초 1893년쯤 만들어졌다가 2006년 수리를 해 다시 문을 연 곳이다. 처음엔 교화(敎化) 시설이었고, 한때는 팔괘장 수련 장소로도 쓰였다는데, 지금은 관음상과 용왕상 등이 자리 잡아 그 앞에서 향을 피우고 절을 하는 시설이다.

옛 중국음식점 '공화춘' 건물을 개조해 만든 '짜장면박물관'도 인기다.

화교학교 옆 옛날 청국 영사관 터에 자리 잡은 인천화교협회에는 인천 화교 120년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화교역사관'이 있다. 1층 200㎡의 작은 이 역사관에는 1883년 인천항 개항과 함께 이곳에 들어와 지금까지 대를 이어 살고 있는 화교들의 여러 생활용품과 기록물 수백여점이 보관돼 있다. 2008년 문을 열었지만 그 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몰래 전시품을 가져가는 바람에 1년여 전부터 아예 문을 잠가 놓아 이제는 창문 틈으로만 이를 봐야하는 아쉬움이 있는 곳이다.

◇중국을 한눈에… 한중문화관

차이나타운 여행의 끝은 인천역에서 하버파크 호텔 방면으로 300여m쯤 떨어진 곳에 있는 '한중문화관'으로 삼는 것이 좋다.

여의주를 문 두 마리의 용 동상이 맞이하는 이 4층짜리 건물은 중국을 공부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중국의 역사·문화·지형·기후 등을 설명해주는 자료, 중국의 전통 옷과 음식, 55개 소수민족에 대한 설명 등을 두루 볼 수 있다. 3층에는 칭다오(靑島)·항저우(杭州) 등 인천시와 우호교류 관계를 맺고 있는 8개 도시의 특산품과 기증품들이 전시돼 있다. 모두가 흥미롭지만 특히 구슬 안으로 작은 붓을 넣어 그림을 그린 '내화예술'을 보면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중국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볼 수 있고, 날짜를 잘 맞추면 경극(京劇)과 같은 중국의 수준 높은 예술을 감상할 기회도 얻을 수 있다. (032) 760-78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