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값 떨어져도… 와규(일본 고급 소고기) 뺨치는 명품한우는 불티

1등급 한우 한 마리를 키우는 데는 30개월 정도가 걸린다. 이 기간 동안 송아지값에 사료값이 더해져 500만원 정도가 투자된다. 축산농가에 정작 중요한 것은 팔 때 시장가격이다. 최근에는 550만~600만원 선이 고작이다. 송아지를 산 뒤 1년여 동안의 인건비를 제외하더라도 너무 형편없는 가격이라는 게 농가들의 불만이다. '최근 수년간 사육두수마저 꾸준히 늘어나 가격은 더 오르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 전망이기도 하다. 이럴 때 돌파구는 '더 좋은 한우, 부가가치 높은 한우'를 생산해 내는 것뿐이다.

◇명품한우 만드는 게 농가 수입 보장하는 길

경남 산청군 차황면의 한 축산농가. 6일 지리산 자락인 황매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의 해발 350m 높이 비탈길에 소 20여 마리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18~20개월 된 소들이다. 바로 옆 2645㎡(800여평) 축사에 한우 75마리가 자라고 있다. 한 마리가 차지하는 공간은 25㎡(7평). 유기농 한우를 기르는 27개 농가로 구성된 '산청자연순환농업영농회' 이문혁 회장은 "일반 한우의 경우 한 마리에 10㎡의 공간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유기농 한우'는 이른바 '동물복지' 혜택을 최대한 받은 소다. 우선 친환경 유기농 사료를 먹고 자란다. 또 사료는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은 곡물로 만들어야 한다. 소 한 마리에 최소 7㎡를 확보해 줘야 하고, 물과 풀밭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이곳은 1990년대부터 유기농으로 400㏊ 면적에서 벼농사를 지으면서, 여기서 나온 볏짚으로 사료를 만들어 왔다. "사료값이 일반 한우용 사료보다 비싸지요. 한 마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800만원 정도 됩니다." 하지만 팔 때 가격은 훨씬 후하다. "일반 한우의 두 배 정도 가격을 받을 수 있어요."(이문혁 회장)

전남 강진에서는 '강진 맥우'가 유명하다. 한약재, 막걸리를 곁들인 알코올 사료를 먹여 육질을 부드럽게 한 것이 특징. 울릉도에서는 '칡소'를 키우고 있는데 일반 한우보다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높아 고소한 맛이 더하다.

특화 한우는 유명세를 치른 탓인지 백화점들이 먼저 찾아온다. 맛나고 건강한 소를 만들면 판로 걱정마저 사라진다는 뜻이다. 현대백화점 장동건 바이어는 "고급 한우의 경우 일반 한우보다 적게는 10% 정도에서 많게는 두 배 정도까지 가격이 비싸다"면서 "수량이 적고 선호하는 계층이 있어 1주일도 안 돼 동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유명 백화점들은 고급 한우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현대백화점만 해도 올해 10%를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

고급 한우는 고급 소고기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일본 와규(和牛)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 와규의 경우 딱 한 마리만 들어갈 수 있는 우리에 가둬 사료를 먹여 키운다. 한우에 비해 지방 함유량이 높다. "물에 데쳐 먹는 용도에서는 맛있지만, 우리 식습관하고는 맞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리는 소고기를 주로 구워 먹는다. 때문에 지방보다는 단백질과 수분 함유량이 많은 한우가 더 맛나게 느껴진다는 것.

◇한우 두수 관리가 시급

지난 6월 한육우 사육두수는 311만 마리(농림수산식품부)로 역대 최고치였다. 한우는 순수 국내품종을 뜻한다. 육우는 수입품종인 젖소에서도 먹는 고기용으로 국내에서 기르는 소. 한우가 298만 마리이고, 육우가 13만 마리로 한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육우 두수는 2010년 295만 마리에서 꾸준한 증가세다.

지난해 국내 한우 소비량은 18만1879t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소고기 소비량은 50만7847t으로, 수입산이 57.2%, 국내산이 42.8%를 차지한다. 한우는 전체의 36%이며, 수입 소고기 중에는 미국이 45%, 호주가 42%다.

한 축협 관계자는 "한우 한 마리 키우는 데 500만원 정도 드는데 사료값은 올라가고 소 가격은 떨어지다 보니 농가들이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이라면서 "결국은 품질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