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울대공원 제돌이(제주 앞바다로 돌아갈 돌고래) "야생 입맛 되찾았어요"

길이 2.7m 유선형 몸매를 가진 돌고래가 물속에서 살아있는 고등어 한 마리를 잽싸게 낚아챘다. 귀향(歸鄕)을 앞두고 있는 서울대공원 돌고래 '제돌이'였다.

지난 5일 오후 3시 30분쯤 서울대공원 동물원 해양관 돌고래 수족관. 사육사들은 동물원 영양팀이 수산시장에서 공수해온 300g짜리 산 고등어 10마리와 600g짜리 산 광어 7마리를 수족관에 풀었다. 산 먹잇감이 수족관에 들어오자 제돌이 몸놀림이 빨라졌다. 주둥이로 바닥에 붙어 있던 광어를 띄우더니 한입에 삼키고, 고등어는 추격전을 벌여 사냥했다. 17마리 활어를 먹는 데 걸린 시간은 6분. 2009년 7월 서울동물원에 오면서 3년 넘게 '죽은 생선'만 받아먹던 제돌이는 이제 완전히 '활어 스타일'에 적응했다.

동물원 '돌고래쇼' 간판스타였던 제돌이는 지난 3월 서울시가 방류하기로 결정하면서 운명이 달라졌다. 매일 고등어·전갱이·도루묵 등 생선 토막 8㎏을 주는 대로 받아먹다가 야생(野生) 생활을 준비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냥 능력. 퇴화한 본능을 되살리기 위해 동물원은 지난 5월 23일부터 살아있는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산 고등어와 광어, 오징어 등이 메뉴였다. 한 달간은 1주일에 2번 활어를 줬다. 간간이 죽은 먹이를 줄 때도 전과 달리 토막을 내지 않고 통째로 던져줬다.

처음 활어가 주어졌을 때 제돌이는 당황했다고 한다. 박창희(36) 사육사는 "원래 제돌이가 오징어를 좋아했는데, 산 오징어가 먹물을 뿜으니 무서워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첫날은 절반의 성공. 오징어를 제외하고는 다른 생선은 잘 잡아먹었다. 오랫동안 봉인(封印)한 사냥 본능이었지만 일단 한 번 눈을 뜨니 적응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두 번째 사냥 훈련부터는 오징어든 고등어든 가리지 않고 금세 잡아먹었다.

이제 야생 복귀 연습 4개월째. 동물원 측은 제돌이가 이미 활어 사냥 단계는 '마스터'했다고 보고 있다.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계속 1~2주에 1차례씩만 활어 사냥 훈련을 하도록 할 계획.

이젠 남은 건 '이별 연습'이다. 오랫동안 '수어지교(水魚之交)'였던 다른 돌고래 '금등이' '대포'는 물론, 부모처럼 따랐던 사육사들과 헤어질 준비를 해야 한다. 사육사들은 제돌이와 다른 돌고래를 하루 3차례 30분씩 정도 일부러 떼어두고, 사육사들은 먹이를 주는 하루 10분씩 5차례를 제외하고는 제돌이와 접촉을 피한다.

제돌이는 없어진 '돌고래쇼' 대신 열고 있는 '생태설명회'에 아직은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잠시뿐. 사회자가 "이 돌고래가 바다로 돌아갈 제돌이"라고 소개하자마자 다시 사육 수족관으로 돌아온다.

제돌이는 이렇게 야생 적응 훈련을 받다가, 내년 4~5월쯤 제주도 근처 방사 적응장으로 보내지고 나서 7~8월쯤 바다로 돌아갈 예정이다. 박창희 사육사는 "제돌이가 바다에서 위험한 인간을 만나면 어쩌나 아직 불안하긴 하다"며 "그래도 살아있는 먹이를 잘 사냥하니 굶지 않고 잘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