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질주하는 6억 인구 아세안(올 평균 성장률 5.2%)… 중국·인도 대안 시장으로 떠올라

지난달 31일 포드 자동차는 109년 역사상 3억5000만 번째 자동차 출시 기념식을 태국 라용 지방에 있는 현지 공장에서 열었다. 태국 시장에서 포드차의 매출은 올 들어 7월까지 전년 대비 40% 정도 늘었다. 작년 홍수 피해로 인한 신규 수요에다 중산층의 높은 구매력, 태국 정부의 '생애 첫차 구입지원' 제도 등 덕분이다. 포드차는 태국을 포함한 아세안(ASEAN) 전체 시장에서 같은 기간 20%의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매트 브래들리 포드차 아세안 총괄 대표는 "지난해 아세안의 자동차 시장은 연간 350만대(판매량 기준) 규모였으나 2020년 이전에 500만대로 커질 것"이라며 "아세안은 새로운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아세안이 세계경제의 새 성장 대안으로 뜨고 있다. 아세안은 6억명의 인구와 젊은 평균 연령(30세), 가구당 2.8명의 높은 출산율, 풍부한 천연자원, 낮은 국가 부채, 중산층 증가 같은 성장 요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 여기에다 2015년까지 금융·노동·관세 장벽을 철폐한 '아세안 경제 공동체'(AEC)가 본격화하면 성장에 더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10년내 인구 10억명
풍부한 천연자원에 늘어나는 중산층…
인도네시아·필리핀 등 6개국이 성장 주도

◇10년 평균 5.3% 성장, 향후 20년 5.6% 성장…갈수록 더 '유망'

아세안 국가들은 사실상 제로(zero) 성장 중인 유럽·미국 등과 최근 성장세가 꺾인 브릭스(BRICs) 국가들과 달리 세계 평균 성장률보다 약 2%포인트 높은 고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아세안의 평균 성장률은 5.2%, 내년은 5.6%로 각각 전망한다. 또 2000~2010년간 5.3%이던 연평균 성장률이 2010~2030년에는 연평균 5.6%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독야청청(獨也靑靑)식으로 질주하는 형국이다.

성장 주역은 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싱가포르 등 6개국이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낮고 내수 시장이 튼튼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이 최근 가장 잘나가고 있다. 각각 2억4000만명, 9500만명의 인구를 둔 두 나라는 관광산업과 해외 근로자들의 본국 송금까지 가세해 소득이 급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작년 6.5%에 이어 올해에는 6.4% 성장할 것으로 ADB는 전망한다. 필리핀은 작년 3.7%에서 올해 4.8%로 성장률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50년 독재정권에서 벗어나 최근 광범위한 개혁·개방에 착수한 미얀마는 '새로운 금광'으로 주목된다. 미얀마는 지난해 자동차 수입을 대폭 확대했고, 내년부터 외국 은행 영업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변변한 신용카드 한 장 없던 6000만명의 미얀마인이 새 소비자로 등장하는 것이다.

외국인 직접투자 봇물
임금 오르는 중국 대신 각국 기업 아세안으로
日제조업 진출 두드러져

세계경제 구원투수 될까
성장속도 빠르지만 경제규모는 中·印 못미쳐
극심한 빈부 격차가고도성장 걸림돌 될 수도

◇아세안 각국으로 FDI 붐…빈부 격차, 물가 상승 등이 장애물

아세안의 매력은 세계 각국에서 밀려오는 외국인직접투자(FDI)에서 증명된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인도네시아·베트남·말레이시아에 들어온 FDI는 연평균 각각 31%, 25%, 15%씩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의 증가율(11%)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더욱이 중국 내 근로자 임금 상승이 계속되면서 세계 각국의 아세안행(行)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일본이 아세안 진출에 가장 적극적이고 활발하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아세안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현지 투자에 나서 상당 부분의 제조업 시장을 이미 장악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에서 운행 중인 자동차의 80%는 일본 메이커들이 만든 것이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대(對)아세안 FDI에서도 일본이 1위(163억달러)이며, 그다음은 미국(162억달러),중국(89억달러)이다. 한국은 4위(67억달러)이다.

아세안은 높은 출산율로 인해 향후 10년 안에 총인구가 10억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지금보다 더 전략적이며 공격적인 투자 진출이 절실한 상황이다.

관심은 아세안이 지금 같은 고도성장을 지속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를 달성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극심한 빈부 격차다. 필리핀의 경우, 연간 소득 1만6800페소(약 46만원) 이하인 국민이 전체 인구의 26%(2009년 기준)로 4명 가운데 1명 이상이 극빈층이지만, 15대 가문(家門)은 전체 국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경제·사회적으로 불안정하다.

고도성장에 따른 물가 상승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으며, 고성장으로 통화가치가 상승하면서 아세안 개별국가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중국과의 영토 분쟁이나 발호하는 보호주의 움직임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아세안이 침체기에 빠진 세계경제를 되살려줄 구세주로 여기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DB 분석에 의하면 세계경제(GDP)에서 아세안의 비중은 2.5%(2010년 기준)이다. 2030년에도 그 비중은 3.9%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인도와 중국 경제의 비중은 같은 기간 2.5%에서 5.3%로, 9.1%에서 21.6%까지 각각 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의 성장 속도는 빨라도 전체 경제 규모는 인도나 중국에 한참 못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과 인도의 성장 둔화로 공기가 빠져나간 성장 바퀴에 아세안이 다시 새 공기를 채워 넣을 능력은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