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요즘 큰손들, 4%대 수익에도 솔깃"
입력 : 2012.09.10 03:21
[재테크 고수 3인이 말하는 '자산가들의 불황기 투자법']
원금만 지킬 수 있다면 현금 보관료라도 낼 기세
해외 채권형 펀드 늘리고 물가채 사들여 매매차익 노려
"세금이라도 덜 내야겠다" 절세 상품 투자비중 늘려
본지는 신한금융투자가 올 초 최우수 영업직원 15명을 뽑아 만든 '마이스터클럽' 소속 재테크 명장 3명에게 '큰손'들의 요즘 투자 동향을 물어봤다. 김관중 광화문지점 부장, 김대환 강남중앙지점장, 최준규 신한PWM서울센터 PB팀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15명 중에서도 관리 고객의 투자 성적표가 가장 좋은 최우수 3인방으로 평균 1000억원 이상의 고객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연 4% 수익만 내줘도 감지덕지"
3명의 재테크 명장은 "초(超)저금리가 부자들의 입맛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적어도 연 10% 수익은 나온다고 해야 관심을 가졌는데, 요즘은 연 4%대만 되어도 누구나 솔깃해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은행과 저축은행들이 내놓는 특판 예금 상품은 거의 하루 만에 동나고 있다"며 "부자들은 원금만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면 파킹 수수료(현금 보관료)라도 낼 기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은 줄어들고, 오히려 자산을 잃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커지면서 나타난 신(新)풍속도다.
반면 올 상반기 자산가들 사이에서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았던 주가연계증권(ELS)은 인기가 한풀 꺾였다. 자산가들 사이에서 원금 지키기 욕구가 커진 데다, ELS 기대수익률이 연 5~7%대로 낮아져 위험에 비해 예상 수익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해외 채권형 펀드는 ELS의 빈자리를 채우는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 들어 6일까지 평균 수익률이 연 9%대로 1%대에 불과한 국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을 압도하고 있다. 올해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선 5조원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지만, 해외 채권형 펀드엔 8000억원의 돈이 몰리며 몸집도 커졌다. 김대환 지점장은 "국내 채권보다 기대수익이 높고 주식보다는 안정적이란 점 때문에 해외 채권형 펀드를 편입하는 큰손들이 늘고 있다"며 "경기 둔화로 글로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아 자금 유입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김관중 부장은 "환율 움직임에 따라 환차손을 볼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 단타 매매로 수익 챙기기
지난 7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채권의 비과세 혜택을 축소하는 내용의 정부의 세법 개정안 발표로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자(채권값 급등) 단기 매매로 수익을 회수하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
최 팀장은 "거액 자산가들은 물가채가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고 보고 매매 차익을 노리며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도 주식처럼 매매 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없기 때문에 채권을 매수한 뒤에 금리 인하 시점에 팔아서 작게나마 수익을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김 지점장은 "10년 이상 장기채의 경우 금리가 0.3% 정도만 떨어져도 채권 가격이 많이 올라서 세후 수익 기준으로 연 2~3%를 챙길 수 있다"면서 "부자들 입장에선 이런저런 세금 떼면 연 1%도 안 나오는 1년짜리 정기예금보다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최근 물가가 1%대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자들은 대선을 전후해 돈이 풀리면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물가채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절세 상품 투자 비중 확대
큰손들은 금융상품으로 수익을 올리기가 어려워지자 세금이라도 덜 내야겠다면서 절세 상품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특히 지난달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발표되자 "비과세 혜택이 축소되기 전에 가입해 둬야 한다"며 즉시연금과 장기채권 등 절세 상품의 투자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김 지점장은 "즉시연금에 돈이 너무 많이 몰리자 일부 생보사들은 자산 운용을 걱정한 나머지 아예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즉시연금은 보험 상품이어서 10년 만기 전에 해지하면 손해가 커서 환금성 측면에선 다소 불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