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팜’의 기업 상장을 통해 CEO를 꿈꾸는 전남 해남 신상보 씨(39)
귀농 3년 차에 희망을 그리고, 나아가 기업 상장을 계획 중인 신상보 씨. 마케팅에 남다른 열의를 보인 그는,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 인터넷 사용자를 중심으로 일대일 신개념 마케팅을 통해 성공적인 귀농인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 밤호박 농사를 짓는 농부이며,‘ 미실팜’의 주인(CEO)이며, 한 가정의 아빠인 그를 해남의 옥천면 백호마을에서 만나보았다.
8년간의 중국생활에서 귀농인으로 정착하기까지
“중국에서 8년간 회사생활을 했습니다. 당시 기업의 경영관리부장으로 일했는데, 너무 바빠서 아이들을 돌보기는커녕 아내와 대화하기도 어려웠죠. 더군다나 아이들이 크면서 언어문제가 발생해 한국으로, 기왕이면 귀농을 통해 가족과 함께하는 제2의 인생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신상보 씨는 2009년 중국에서의 오랜 회사생활을 접고 땅끝마을 해남으로 귀농했다. 아이들의 언어문제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가족과 함께하기 위함이었다. 중국에서 귀농을 준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귀농에 앞서 진행하는 현지 체험 또한 접할 수가 없다. 그런 어려움 중에도 신 씨는 인터넷을 통해 귀농에 필요한 정보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개인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들도 꼼꼼히 살펴 보았다. 귀농에서 가장 중요한 집과 땅에 관한 문제는 아내의 할머니가 있는 해남으로 선정해 해결할 수 있었다.
“처음 해남의 백호마을에 와서는 고생 아닌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92세의 할머니를 모시며 작은 집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귀농을 통해 겪어야 할 문제보다 어르신을 모셔야 하는 어려움이 더욱 컸었죠.”
물론 할머니 덕에 마을주민과의 관계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신 씨가 새 보금자리를 얻고 ‘정착’이란 말을 입에 올리게 된 시기는 2012년에 들어온 뒤였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중국 회사에 대한 미련과 귀농에 대한 후회로 가득했다. 2011년 중국으로 홀로 여행을 떠나며 8년간 몸담았던 회사를 찾아간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우울증을 견뎌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2년간의 어려움을 이겨낸 키워드는 ‘마음가짐’이었다. 생각의 전환을 통해 ‘기왕에 시작한 거 제대로 해보자!’는 작은 다짐이 그에게 희망을 전해주었다. 마음을 다잡은 덕일까, 2011년에는 수확한 밤호박 5톤이 전량 판매되고 절임배추도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렇게 희망을 싹 틔운 그는 지난 2월 새집을 마련하고 집 앞마당에 컨테이너를 세우며 새로운 꿈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도 아이디어맨으로 통하던 그였기에 희망의 씨앗은 다양한 사업 아이템으로 이어졌다.
현재 그는 1,500평의 농지를 구매해 2개 동의 비닐하우스에서 밤호박과 배추를 키우고 있으며, 향후 2,000평의 농지로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둥근마와 양파 농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임차한 3,500평의 논에선 벼농사와 기타 작물들을 재배하고 있다. 매출액도 연 6,000~7,000만 원(순이익 2,500만 원)을 기록했다.
희망을 품게 된 신 씨는 귀농 3년 차를 맞은 2012년 당당히 ‘성공한 귀농인’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꾸준한 마케팅 전략으로새로운 판로를 찾다
“농작물에 대한 판로가 확보되지 않은 것이 늘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판매경로를 확보하는 것에 주력했죠. 그렇게 1년여를 인터넷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홍보한 결과, 현재는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판매루트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희망의 씨앗을 발견한 날, 그는 서둘러 ‘미실팜’ 사업등록을 마쳤다. 그리곤 2013년까지 영업이익 1억 만들기, 2015년 미실팜 자체농산물 가공매장 만들기 등의 장기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위한 세부 사업계획도 구체적으로 실행 중에 있다.
블로그 이웃 1,000명 만들기부터 쇼핑몰 만들기, 해남지역 농가 연맹을 통해 판매경로 확보하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소셜네트워크(SNS)를 이용한 학습과 마케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신 씨의 집 앞에 세워진 선간판에는 ‘미실팜’이란 글귀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이는 ‘아름다운 열매’라는 의미의 농장 이름이다. 현재는 작은 농장일 뿐이지만 1인 기업의 CEO라는 모토를 가슴에 새기고 책임감 있는 농장 경영을 다짐한다는 각오가 담겨있다. 특히 그는 미실팜을 기업으로 상장해 마을의 랜드마크로 우뚝 세울 계획이다.
물론 그와 더불어 마을의 관광자원을 활용해 방문객의 유치를 활성화할 계획도 실행 중에 있다. 백호마을은 예로부터 현무, 주작, 청룡과 함께 사방신의 형세를 이루는 중심에 있어 풍수적으로 매우 훌륭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또한 그가 개인적으로 조사한 바로는 곳곳에 약샘(현재까지 5곳 발견)이 있어 방문객의 발길을 유도하기에도 충분한 자연조건을 간직하고 있다.
나아가 해외 판매를 계획 중인 그는 자신의 특기인 언어능력을 활용해 농작물의 다양한 판로를 개척해 나갈 예정이다. 이 같은 자신감은 중국어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이기에 가능한 마케팅이다.
귀농인 대부분은 과거 삶을 버리고 새로운 것에 집착한다. 하지만 그는 귀농을 통해 이전의 경험을 버리기보다 최대한 활용할 것을 강조한다.
“귀농을 선택한 후 가장 큰 어려움은, 남들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입니다. 그것은 곧 육체적인 농사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생각 때문입니다. 자신의 이전 능력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고, 마케팅을 통해 다양한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면 귀농은 누구라도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귀농 3년 차. 짧다면 짧은 세월이다. 하지만 귀농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통해 안정적인 삶과 희망을 꿈꿀 수 있다면, 그것이 곧 행복한 인생을 걷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된다.
드림팩토리에서 맛보는 미실팜의 하루
“집 앞에 컨테이너 박스를 세우고 <드림팩토리>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개인 사무실로 만들어놓은 공간이죠. 이곳에서 저의 하루는 시작됩니다. 또한 귀농의 꿈이 만들어지죠.”
새 보금자리 앞마당의 컨테이너는 얼핏 보면 창고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입구에 붙여놓은 ‘드림팩토리’ 간판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이곳에 들어서면 여느 사무실 못지않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회의실을 연상하는 기다란 탁자와 노트북과 책, 서류가 가득한 넓은 책상이 오롯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사는 아이디어’라고 강조하는 신 씨는 새벽 4~5시에 일어나 드림팩토리에서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관리한다. 또한 농업에 관한 이슈를 점검하고 그날의 일정을 체크한다.
이후에는 책상에 몸을 기댄 채 독서에 여념이 없다. 이는 끊임없이 학습하고 자신이 지닌 능력을 하나라도 잃지 않기 위함이다. 아침 식사를 한 뒤에는 비닐하우스 관리와 작업이 한창인 절임배추 공장에서 오전을 보낸다. 오후가 되면 배송을 위한 준비와 행정업무로 쉴 틈이 없다. 그런 중에도 틈틈이 인문학 서적을 읽으며 감성 경영을 위한 지식을 쌓고 마음가짐을 다잡는다. 비록 집 앞마당에 있는 사무실이지만, 그는 반드시 저녁 7시 이후라야 집으로 발길을 향한다.
“1인 기업의 CEO라는 마음가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기 위해 업무 시스템을 만들고 그에 맞춰 일과를 진행합니다.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작은 노력이 결국 성과로 이어지고 행복한 귀농 생활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입니다.”
운동을 좋아해서 마을주민 주최 야구모임이나 축구모임 등에 빠짐없이 참석한다는 그의 귀농 생활은 알차게 짜인 프로그램을 보는 듯하다. 거기다 패키지여행의 프로그램처럼 하루하루가 설레고 짜릿한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무엇을 위해 귀농하는가? 많은 귀농인이 그 해답으로 가족의 행복을 이야기한다. 1년 혹은 10년 후에라도 귀농을 계획하는 이들이라면, 미실팜의 하루 일과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을 권한다. 분명 그 안에서 가족의 행복과 더불어 꿈과 희망을 설계하는 색다른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료제공·농림수산식품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