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 좋은 세상서 자꾸 물러날 생각하면 안 되지"

"요새 몸이 좀 그래요. 평생 살아오면서 이번 여름처럼 일주일 넘게 기온이 섭씨 35도가 넘어간 날씨는 처음이야. 난 늘 실외에서 관객을 만나니까 힘들지…."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전국노래자랑' MC로 전국을 돌고 있는 송해(85)는 일기(日氣)에 민감했다. 하지만 '투정'이 무색하게 몸짓은 정정했고 음성은 당찼다. 그런 그가 또 하나의 도전에 나선다. '송해 빅쇼 시즌 2―팔도유랑 송삿갓'. 오는 30일과 10월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이 시작이다. 지난해 시즌 1 전국 투어를 가졌던 그는 올해 다시 서울과 지방 각지를 돌며 노래로 팬들을 만난다.

"내가 원래 악극단에서 연예인 생활을 했잖아요. 그때는 말, 노래, 연기 하나라도 부족하면 무대에 설 수가 없었어요. 오랫동안 감춰뒀던 노래 솜씨를 이제 다시 꺼내서 선보이고 있는 거죠. 우리의 생활사와 애환이 담긴 수십년 전 노래를 다시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행복합니다."

지난해 공연에서 자신의 인생사와 함께 과거의 노래를 소개했던 그는 이번엔 지역을 대표하는 노래를 중심으로 뮤지컬을 꾸민다. '성춘향전' '제주해녀''자갈치 아지매' '목포의 눈물' 등의 소제목이 붙는다.

송해는 지난해 자신의 공연을 찾은 관객들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다. "나이 든 사람만 올 줄 알았는데 조부모님, 부모님 손을 붙잡고 온 10~30대 관객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기 때문"이다. 그는 "6·25 전쟁 당시 어쩔 수 없이 헤어졌던 부모님 생각이 났다"며 "부모님 그리워하며 한평생을 보냈는데 부러운 마음이 안 들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의 고향은 황해도 해주다. 20대 초반 전쟁통에 월남해서 군대에 들어간 뒤 통신병으로 복무했다. "누이동생도 있고 형도 있는데 어머님은 내 밥에만 몰래 수삼을 넣어주시곤 했었어요. 군대에 들어간 것도 다시 고향에 가려고 했던 건데…. 결국 전선의 병사들에게 '전쟁이 끝났다'는 휴전 무전을 치기는 했지만 고향에는 다시 돌아갈 수 없었어요."

송해의 인생에 '은퇴'라는 말이 존재할까? 그는 단호했다. "은퇴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사람은 퇴보하는 겁니다. 내 나이에도 잘 찾아보면 사회가 요구하는 자리가 있다는 걸 알아야 돼요. 이 좋은 세상에서 자꾸 물러설 생각을 하면 안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