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신규 허가 막혀… 면세점 과점체제 심화

신세계그룹이 최근 파라다이스 면세점의 지분 81%를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면세점 업계에서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의 양강구도가 깨질 것인가를 놓고 관심이 뜨겁다. 특히 과점 구조가 깨지면 면세점 업계 간의 할인,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롯데와 신라가 85% 장악

현재 국내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12곳이다. 대기업 계열로는 호텔롯데와 롯데디에프글로벌(옛 AK면세점·2009년 롯데가 인수),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하는 SK네트웍스가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 대형 호텔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롯데와 신라는 공항 면세점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나간 사례들이다.

신세계에 인수된 파라다이스면세점은 부산지역 호텔을, 동화면세점은 서울 시내면세점의 중심이다. 한국관광공사, 전남개발공사,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현대아산, 제주관광공사, JDC제주공항 등은 서울, 제주 및 지방 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공항면세점이 아닌 도시에 위치한 시내 면세점은 총 10곳(서울 6·부산 2·제주 2)이다. 정부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허가를 내주면서 1990년대 초반 29개에 달했던 서울 시내 면세점은 운영난에 따라 수가 거듭 줄어 현재는 6개가 운영 중이다.

◇2000년대 이후 신규 허가 없어 집중 가속… 관세청이 칼자루

하지만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외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국내 면세점의 매출도 크게 늘어났다. 2007년 644만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이 작년 979명으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국내 면세점 시장도 2조7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하지만 '과실'은 롯데와 신라 같은 대형업체에 집중됐다. 2007년 45.6%던 롯데의 시장점유율은 작년 54.6%로, 신라면세점도 같은 기간 11.8%에서 30.5%로 늘어났다. 두 업체가 전체 면세점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미국 출국을 앞두고 서울 시내 대형 면세점을 찾은 김모(32)씨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하도 많아서 상품 설명을 받기는커녕 서 있기도 힘들었다"며 "면세점 업체 수가 적다 보니 선택의 폭도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항 면세점(2011년 현대아산의 양양공항 면세점)을 제외하고 사실상 신규 면세점을 허가하지 않아 왔고 그 칼자루는 관세청이 가지고 있다. 관세청은 ▲전년도 외국인 입국자가 지역별로 30만명 이상 증가한 경우 ▲전년도 시내면세점 이용자의 수와 매출액 가운데 외국인이 50% 이상인 경우 새로 사업권자를 뽑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2000년 이후 새로 허가된 시내 면세점이 없다"며 "관세청이 내건 조건을 만족시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시내 면세점 부족으로 인한 관광객들의 불편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외국인 전용 시내면세점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한 상황이다.

면세점이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명품 장사를 한다는 지적과 일부 대기업 몰아주기라는 지적을 동시에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