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 경기 활성화 대책] 소득세 원천징수액 인하… 9월 월급 두둑, 13월의 보너스(연말 정산 환급액)는 줄어

정부가 10일 발표한 내수 부양 조치 가운데 근로자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연말정산과 관련한 제도 변화일 것이다.

이번 조치에는 매달 근로자 월급에서 떼는 소득세 원천징수 금액을 줄여 사실상 근로자들이 손에 쥐는 월급을 늘려주는 조치가 담겼다. 그동안엔 정부가 세금을 조금씩 더 많이 뗀 뒤 연말정산을 통해 그다음 1월에 한꺼번에 돌려주었지만 앞으로는 아예 매달 떼는 세금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대신 '13월의 월급'으로 불리는 연말정산 때 목돈을 받는 즐거움은 크게 줄어들게 됐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올 9월 월급봉투가 두둑해진다는 점이다. 정부가 이번 조치를 이달부터 실시하겠다고 결정하면서 올해 9월 월급봉투엔 올 1~8월에 더 뗀 세금까지 얹어서 나오기 때문이다. 매년 1월 연말정산 효과가 9월로 앞당겨지는 셈이다. 다만 이번 한 번 맛볼 수 있는 효과일 뿐이다.

어차피 돌려받을 세금을 몇달 먼저 지급해 얼어붙은 경기에 군불을 때보자는 것이지만 결국 '조삼모사(朝三暮四)'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조치와 관련한 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어본다.

―'소득세 원천징수 금액을 인하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원천 징수의 개념을 이해하려면 우선 근로자가 소득세를 내는 방식부터 알아야 한다. 근로자는 소득세를 월급을 받기 전에 미리 떼인다. 근로자를 고용한 기업이 소득세를 떼서 국세청에 내고, 남은 월급을 근로자에게 준다. 근로자는 매년 1월에 연말정산을 해서 전년도에 더 낸 세금을 국세청으로부터 돌려받게 된다. 정부가 이번에 원천징수 금액을 줄이겠다는 것은 매달 월급에서 '미리 떼는' 세금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로 월급이 얼마나 늘어나나?

"가족의 숫자와 월소득에 따라 효과에 편차가 크다. 가구주가 외벌이인 4인 가구의 월소득이 500만원인 경우를 가정하면 한 달에 2만8470원의 세금 부담이 줄 것으로 보인다.(그래픽 참조) 이렇게 보면 금액이 얼마 안 되지만 소득세 징수 금액 인하가 처음 이뤄지는 9월에는 월급쟁이들이 체감하는 소득 증가 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번 조치를 9월 이후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1~8월분 소득에도 소급 적용하기 때문이다. 외벌이인 4인 가구의 월소득이 500만원인 경우 9월에 늘어나는 월급은 한 달치인 2만8470원이 아니라 9개월치(1~9월) 인하분을 합친 25만6230원이 된다는 얘기다. 월소득이 700만원인 4인 가구는 50만원에 육박한다. 물론 앞에 설명한 것처럼 원래 받을 돈을 앞당겨 받는 데 불과하다."

―세금 인하 혜택은 언제부터 적용되나?

"가급적 이달 월급부터 소득세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정부 목표다. 대기업, 공공기관, 국가기관은 9월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발표에 앞서 이미 협의를 마쳤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경우엔 세무 관리 인력과 시스템이 열악해 제도 도입에 한두 달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내년 연말정산은 어떻게 되나?

"올해 소득세를 덜 내는 혜택을 받는 만큼 내년에 챙길 수 있는 연말정산 혜택은 줄어든다. 정부는 올해 이 조치로 1조5000억원의 세금을 덜 거두게 될 것이라고 추정했는데, 바꿔 말하면 내년 연말정산 때 근로자들이 환급받을 돈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도 된다."

―이번 조치는 한시적인가?

"아니다. 내년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된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내년 이후에도 이번 조치 이전과 비교하면 월급봉투에서 떼이는 세금이 적다는 얘기다. 대신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 돈도 계속 줄어든다."

―왜 진작 이런 조치를 안 했나?

"근로자들이 매년 실제 납부할 세금보다 많은 금액을 낸 뒤 이듬해 연말정산 때 돌려받아 왔다. 이렇게 되돌려준 돈이 연평균 3조원이 넘었다. 근로자 입장에선 원래 자기 돈을 이자도 없이 1년간 정부에 맡겼다가 뒤늦게 받았다는 말이 된다. 그 기간 이자비용을 고려하면 손해가 꽤 컸던 셈이다. 정부는 그동안 원천징수 금액을 낮추지 않은 이유에 대해 '원천징수는 오랜 관행이었고, 이를 개선하는 데 행정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근로자 개인의 정확한 소득세액을 추정해서 원천징수 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