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사문진 나루터 통해 한국 최초 피아노 들어왔다"

한국 최초의 피아노가 대구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운반돼 대구로 들어 왔다는 사실이 밝혀져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음악문헌학회 손태룡 대표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논문 '대구지역 최초의 피아노 유입과정 고찰 - 사보담 및 에피의 피아노'를 13일 대구문화예술회관 아카데미 강의실에서 열리는 '사문진 나루로 들어온 한국 최초의 신문물 - 피아노' 주제의 포럼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논문에 따르면 1900년 3월 26일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인 사이드보텀(한국명 사보담) 부부가 대구에서 선교 활동을 하기 위해 부산에서 낙동강을 타고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대구로 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부부는 이삿짐 중 피아노를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운반했고, 짐꾼 20~30여명을 불러 3일이나 걸려 대구 중구 종로에 위치한 자신의 집까지 옮겼다고 논문은 밝혔다. 이 피아노가 바로 국내 최초, 대구 최초의 피아노라고 손 대표는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지금까지 대구 최초의 피아노가 이보다 한 해 후인 1901년 5월 파커에 의해 사문진을 통해 운반됐다고 한 것과는 다른 주장이다.

손 대표는 "최근 연구과정에서 사이드보텀 부부의 피아노가 파커의 피아노 보다 1년여 빨리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운반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며 "이에 따라 기존의 내용이 수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대구로 들어온 한국 최초, 대구 최초의 피아노는 사이드보텀이 1년 후인 1901년 부산으로 가면서 옮겼으며, 이후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이드보텀의 아내 에피는 1907년 안식일을 맞아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피아노를 이용해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해왔고, 동네에서 음악교실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자신의 딸에게도 피아노를 가르쳐 그의 딸이 나중에 유명한 전문음악가들의 피아노 반주를 맡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최초, 대구 최초 피아노의 유입지인 사문진 나루터는 낙동강 상류와 하류에서 모여든 장삿배들이 집결하고 보부상들이 들락거리면서 그 주변에 장사치와 나그네를 위한 숙박시설이 생겨 크게 번성한 곳이다.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들어온 물자는 대구를 비롯 강원과 호남 등 전국 각 지역으로 퍼져 나가 그야말로 대호황을 누린 물품 중개지이자 공급처였던 것. 현재는 화원유원지로 조성돼 이용되고 있다.

한편 포럼을 주최한 달성문화재단은 이번에 새롭게 밝혀지는 사문진 나루터의 진가를 기념하기 위한 차원에서 내달 6일 오후 7시 화원유원지에서 '99대 피아노 콘서트'를 연다. 이 콘서트에서는 무려 99대의 피아노가 준비된 가운데 피아니스트 임동창을 비롯한 99명의 피아니스트가 출연해 연주하는 장관을 연출한다.

이에 앞서 5일 오후 7시에는 피아니스트 이루마의 콘서트가 열린다.

달성문화재단 김채한 대표이사는 "사문진 나루터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보여주는 작업을 통해 명실공히 대구 문화의 원류였던 사문진 나루터를 재조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