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폐광지역끼리 손 잡으면 길이 보인다"

"강아지가 1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

한때 영동 탄광지대에서는 이 말이 농담이 아니었다. 그만큼 돈과 사람이 넘쳐 흘렀다. 그러나 광산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든 뒤 돈은 물론 인구도 감소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으로 폐광지원 사업이 펼쳐졌지만, 하이원 리조트를 제외하곤 성공을 거둔 곳이 거의 없다. 레저라는 단일품목에만 투자하는, 어긋난 투자전략 때문이었다. 강원발전연구원 김승희 연구위원, 이원학 부연구위원이 대안을 냈다. 복수의 시·군이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야를 해외로 돌리자는 것이 골자다.

◇너도나도 레저에만 투자

1997~2011년 탄광지역에 2조 927억원의 정부예산이 투입됐다. 이 중 25.4%에 해당하는 5315억원이 관광레저에 투자됐다. 국민안전테마파크, 오투리조트, 상덕골프장, 동강시스타 등이 대표적이다. 같은 기간 2조7839억원의 민간자본도 들어갔다. 민간 투자액 중 관광레저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95.9%. 광산이 문을 닫은 뒤 영동지역 지자체들은 레저에 초점을 맞췄던 것이다. 강원도가 갖는 자연 자산을 감안할 때 타당한 투자로 보였다. 하지만 과도했고,'너도나도'식 레저투자는 결국 비효율로 나타났다. 오투 리조트가 이를 상징한다. 오투 리조트는 태백시 재정난을 초래한 첫째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강발연은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첫 번째로 꼽은 것이 통합운영 시스템 도입이다. 탄광지역에 산재한 기존 시설들을 4개 시·군이 통합운영하라는 것이다. 더불어 전문운영기관에 위임해 신규 콘텐츠 개발 및 운영노하우 도입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제안하고 있다.

구체적인 대상으로 ▲영월 마차리탄광문화촌 및 신동안경다리 탄광마을 ▲태백 석탄박물관 및 탄광체험 공원 ▲정선 삼탄광산 아트벨리 등의 석탄 관련 산업유산을 들었다. 통합운영될 경우 소규모 관광사업을 지양하게 되고, 중복사업도 줄어들게 된다.

더불어 시야를 세계로 돌릴 것을 주문했다.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일정 규모 이상의 문화산업을 육성하고, 국제공모를 통해 국제적 관심을 유도하자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도시부활을 가능케 했던 구조물들은 사업비가 1억 달러(1200억원) 내외이다. 따라서 지자체별로 소규모 사업으로 추진할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문화 시설 ▲수소융합연구소 ▲디지털 콘텐츠 산업 및 게임산업 등 진취적이고 전향적인 사업을 자치단체들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원발전연구원은 제안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는

구체적이 사례로 '에너지 킬러' 콘텐츠가 있다.

에너지 킬러란,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활용한 에너지 자립마을이다. 에너지 자립마을이 탄생할 경우 체험과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고, 마을 운영 노하우와 기술을 세계에 판매해 관련산업을 육성할 수도 있다.

탄광마을에 추진 중인 저급탄 또는 폐석탄을 활용한 '스팀 플라즈마 가스화 발전소'는 중국, 인도, 칠레 등 에너지 소비가 급증하는 국가에 매우 매력적으로 비칠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과제로는 수소융합에너지 R&D 및 상용화 중심지 조성이 있다. 무한·청정, 고효율, 안전·평화 등 미래에너지 조건을 만족하는 수소융합에너지 발전소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자는 것이다.

김승희 연구위원 등은 "인구 20만의 독일 프라이부르크에는 국제태양에너지학회, 태양광 기술 센터, 태양광 관련 중소기업 등 태양광 클러스터가 조성돼 있다"며 "세계 환경수도로 명성을 얻음에 따라 전 세계 전문가와 공무원, 관광객이 가장 먼저 찾는 태양에너지 중심지로 부상했다"고 해외사례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