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태양광발전으로 대출금도 갚는 '똑순이 요양원'

서울 서초구 내곡동 엘림노인요양원 옥상에는 길이 10m·높이 6m 작은 아파트(18평)만 한 태양전지판이 놓여 있다. 요양원 측이 올 3월 3000만원을 들여 세운 9㎾급 태양광발전소다. 1년에 1만3140�E 전력을 생산한다. 3가구(4인 기준)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규모다.

지난 11일 오전 요양원 옥상에서 만난 이미순(60·사진) 원장은 36개 태양전지 패널을 이어붙인 전지판을 가리키며 "이제는 정전(停電) 걱정도 덜고 태양광 전력을 팔아 돈도 번다"고 말했다.

요양원 측이 '태양광발전'이란 구상을 하게 된 것은 지난해 여름 생긴 사고 때문이었다. 당시 2층에 머물던 이모(여·87)씨가 저혈당(低血糖) 쇼크로 갑자기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후송해야 했는데, 마침 정전이 되는 바람에 엘리베이터가 작동을 멈춰 이씨를 업고 내려가느라 애를 먹었다. 1분1초가 아쉬운 상황에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작년 8월에 정전으로 이모(93)씨가 엘리베이터 안에 5분가량 갇힌 적도 있었다. 산소호흡기를 달아야 하는 중증 환자도 간혹 들어와 정전에 대비한 자가 발전소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에 요양원 측은 전기를 끊기지 않도록 하는 소형 자가 발전소 건립을 수소문했고, '태양광발전'이 쓸만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초기 설치비 3000만원은 대출로 해결했다. 요즘은 서울시나 자치구에서 건립 비용을 지원하지만, 당시에는 이런 제도가 없어 자비로 충당해야 했다. 일단 태양광발전 시설을 갖추고 나니 일석이조 효과가 나왔다. 정전 시 긴급 발전은 물론, 평소에는 남는 전력을 한국전력공사와 한국 동서발전에 판다. 올 4~5월엔 각각 55만원, 6월 64만원, 7월 39만원어치 전기를 팔았다. 1년이면 약 500만원. 6~7년만 태양광 발전을 돌리면 대출금을 모두 갚고 그다음부터는 순이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태양광 전지판 수명이 20년 정도라 13~14년은 발전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내에 엘림요양원처럼 태양광발전 시설을 운영하는 민간 건축물은 1433개. 총 용량은 5835㎾에 달한다.

서울시는 올 8월부터 태양광발전 시설 확대를 위해 일반 단독주택의 경우, 설치용량 3㎾ 태양전지판 설치에 드는 비용 975만원 중 390만원을 무상 지원하고, 단독주택을 제외한 일반 건축물은 지난 6월부터 설치비의 40%, 최대 1억원 이내 2.5% 이율로 3년 거치 8년 분할 상환 융자를 해주고 있다. 서울시는 2014년까지 주택과 요양원 등 민간건축물 총 6650곳에 이 같은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