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완의 사이언스 카페] 일본에서 열린 '과학 아가씨' 선발대회
입력 : 2012.09.12 23:30 | 수정 : 2012.09.13 13:45
학생단체 주최 이공계 미녀대회 '여성의 과학 진출 돕겠다' 취지
그러나 세계적인 비난 봇물… 여학생, '엄친딸' 이미지에 반감
있는 그대로의 열정 보여줄 때 '여성'보다 '과학자'로 우뚝 설 것
우리나라는 일년 내내 전국 곳곳에서 미인대회가 열린다. 미스코리아 같은 전국대회의 지역예선이 아니라도 웬만한 지역 축제면 어김없이 특산물을 홍보할 '○○아가씨' 선발대회가 열린다. '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거세지만, "갈수록 도시에 밀려나는 농촌을 돕는 데 이왕이면 사람들의 눈길을 끌 미인을 뽑는 게 문제가 되냐"는 반론도 만만찮다.
최근 과학계에서도 미인대회를 둘러싼 논쟁이 국제적으로 일고 있다. 12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는 '미스 리케이(rikei·理系) 콘테스트'가 열렸다. 말 그대로 가장 아름다운 이공계 여대생을 뽑는 행사다. 이날 6명의 여학생이 출전했는데, 와세다대·게이오대 등 명문대에서 생명과학·수학·공학 등을 전공하는 학생들이었다. 말 그대로 뛰어난 머리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엄친딸'(주위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엄마친구 딸)들이다.
이 행사는 미국 일리노이대의 온라인 과학강좌 개발자인 조안 매나스터가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서 삽시간에 전 세계 과학자·언론인·교육자들의 논쟁거리가 됐다. 그녀는 "인터넷에 뜬 댓글은 모두 미녀에 대한 원초적인 반응을 나타낸 남성들의 글이었다"며 "이 행사는 과학자, 특히 과학자가 되고 싶어하는 여성들에게 해가 된다"고 비판했다.
사실 행사의 의도는 나쁘지 않다. 이번 행사의 주최자는 일본 도쿄공대의 학생단체인 '퀴리(Curie)'다. 노벨상을 두 번씩이나 받은 퀴리 부인의 이름을 딴 이 단체는 "과학을 공부하는 여성을 지원하며, 이과와 문과 사이의 장벽을 없앤다"는 목적으로 지난 4월 출범했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여성의 과학계 진출을 돕겠다는 진지한 의도를 가진 행사인 것이다. 대회 참가자들도 인터넷에 올린 소개글에서 단순히 자신의 외모만을 뽐내지 않고 연구내용을 소개하며 과학의 가치를 알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녀 과학자'의 이미지가 청소년들이 과학자의 꿈을 꾸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진단한다. 지난 3월 미국 미시간대의 심리학 연구자들은 '사회 심리와 인성 과학 저널'에 여학생들이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해줄 롤모델(role model·본받을 만한 사람)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엄친딸은 일본 대학생들의 생각과 달리 여성의 과학 진출을 방해한다는 것이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중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여성적인 외모를 가진 여성 과학자 모델은 오히려 수학과 과학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여성적인 매력이 전혀 없다는 전통적인 여성 과학자의 이미지뿐 아니라,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여성 과학자의 이미지 역시 과학에 대한 흥미를 감소시켰다"며 "여학생들은 아름다운 여성 과학자가 자신들이 결코 이룰 수 없는 롤모델로 다가와 동기부여보다는 일종의 위협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문은 "양 극단의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여성 과학자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밝혔다.
최근 과학계에서도 미인대회를 둘러싼 논쟁이 국제적으로 일고 있다. 12일 오후 일본 도쿄에서는 '미스 리케이(rikei·理系) 콘테스트'가 열렸다. 말 그대로 가장 아름다운 이공계 여대생을 뽑는 행사다. 이날 6명의 여학생이 출전했는데, 와세다대·게이오대 등 명문대에서 생명과학·수학·공학 등을 전공하는 학생들이었다. 말 그대로 뛰어난 머리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엄친딸'(주위로부터 부러움을 사는 엄마친구 딸)들이다.
이 행사는 미국 일리노이대의 온라인 과학강좌 개발자인 조안 매나스터가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서 삽시간에 전 세계 과학자·언론인·교육자들의 논쟁거리가 됐다. 그녀는 "인터넷에 뜬 댓글은 모두 미녀에 대한 원초적인 반응을 나타낸 남성들의 글이었다"며 "이 행사는 과학자, 특히 과학자가 되고 싶어하는 여성들에게 해가 된다"고 비판했다.
사실 행사의 의도는 나쁘지 않다. 이번 행사의 주최자는 일본 도쿄공대의 학생단체인 '퀴리(Curie)'다. 노벨상을 두 번씩이나 받은 퀴리 부인의 이름을 딴 이 단체는 "과학을 공부하는 여성을 지원하며, 이과와 문과 사이의 장벽을 없앤다"는 목적으로 지난 4월 출범했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여성의 과학계 진출을 돕겠다는 진지한 의도를 가진 행사인 것이다. 대회 참가자들도 인터넷에 올린 소개글에서 단순히 자신의 외모만을 뽐내지 않고 연구내용을 소개하며 과학의 가치를 알리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녀 과학자'의 이미지가 청소년들이 과학자의 꿈을 꾸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진단한다. 지난 3월 미국 미시간대의 심리학 연구자들은 '사회 심리와 인성 과학 저널'에 여학생들이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해줄 롤모델(role model·본받을 만한 사람)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엄친딸은 일본 대학생들의 생각과 달리 여성의 과학 진출을 방해한다는 것이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중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여성적인 외모를 가진 여성 과학자 모델은 오히려 수학과 과학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여성적인 매력이 전혀 없다는 전통적인 여성 과학자의 이미지뿐 아니라,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여성 과학자의 이미지 역시 과학에 대한 흥미를 감소시켰다"며 "여학생들은 아름다운 여성 과학자가 자신들이 결코 이룰 수 없는 롤모델로 다가와 동기부여보다는 일종의 위협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문은 "양 극단의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 여성 과학자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밝혔다.
여성이 과학계에 진출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초창기 여성 과학자들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자다움을 버린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다. 영국의 여성 과학자 로절린드 프랭클린은 왓슨과 크릭의 DNA 이중나선 구조 발견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왓슨과 크릭은 이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왓슨은 프랭클린의 연구 덕분에 이중나선 구조를 확신하게 됐음에도 나중에 책에서 "프랭클린이 립스틱을 바르지 않고 여성적인 옷차림을 하지 않았다"고 외모를 평가했다. 여성 과학자의 외모로 과학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겠다는 생각은 프랭클린의 눈물을 이해하지 못한 짧은 생각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이번에 일본의 '과학 아가씨' 대회에 대한 비판의 물꼬를 튼 조안 역시 엄친딸의 전형이다. 10대 시절 유명한 패션모델이었던 그녀 역시 자신의 외모가 TV나 여학생을 위한 과학캠프에서 과학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언론 인터뷰에서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여성 과학자를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과학을 좋아하면 과학을 해라. 네가 예쁜 얼굴을 가졌다면 멋진 일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역시 멋진 일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으로 이소연 박사가 선발됐을 때도 말이 많았다. 일부에서는 "어차피 홍보 목적을 위한 것인데 아이돌 여가수를 뽑는 게 낫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돌아온 이소연 박사가 강연장에 들어서면 어린이들은 마치 아이돌을 보듯 환호했다. 그리고 그에게 우주와 과학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했다. 여성이 아닌 '과학자 이소연'이 순수한 동심에 꿈을 실어준 것이다.
사실 이번에 일본의 '과학 아가씨' 대회에 대한 비판의 물꼬를 튼 조안 역시 엄친딸의 전형이다. 10대 시절 유명한 패션모델이었던 그녀 역시 자신의 외모가 TV나 여학생을 위한 과학캠프에서 과학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언론 인터뷰에서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여성 과학자를 보여주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과학을 좋아하면 과학을 해라. 네가 예쁜 얼굴을 가졌다면 멋진 일이지만 그렇지 않아도 역시 멋진 일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으로 이소연 박사가 선발됐을 때도 말이 많았다. 일부에서는 "어차피 홍보 목적을 위한 것인데 아이돌 여가수를 뽑는 게 낫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돌아온 이소연 박사가 강연장에 들어서면 어린이들은 마치 아이돌을 보듯 환호했다. 그리고 그에게 우주와 과학에 대해 끊임없는 질문을 했다. 여성이 아닌 '과학자 이소연'이 순수한 동심에 꿈을 실어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