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강남보금자리 84㎡는 최신 트렌드 4베이

정부가 2008년부터 추진한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14일 처음으로 주민을 맞는다. 서울 강남보금자리지구 A2블록(강남구 세곡동 일대)에서 지구 지정 약 3년4개월 만에 912가구가 입주를 시작하는 것이다.

보금자리주택 사업은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주변 시세의 50~80% 수준에 서민들에게 공급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강남보금자리지구는 2009년부터 서울 강남구 자곡·세곡·율현동 일대의 비닐하우스 2000여동과 창고 100여동이 있던 그린벨트 지역 94만㎡(28만평)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첫 입주를 앞두고 지난 9일 둘러본 'LH 푸르지오'는 민간 건설사가 공급하는 아파트 못지않았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저렴하지만 품질은 떨어진다는 공공주택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역량을 총동원한 결과다. 이지송 LH 사장은 지난 7월 이후 매월 한두 차례 직접 단지를 찾을 정도로 큰 관심을 쏟았다.

이날 둘러본 전용면적 84㎡ 아파트 내부에선 최신 주택시장의 트렌드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방 3개와 거실을 발코니 쪽으로 붙인 4베이(Bay). 발코니를 확장해 중소형 아파트를 더욱 넓게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설계다. 주부들이 짐을 부엌에 바로 가져다 둘 수 있도록 현관에서 부엌과 거실로 갈 수 있는 두 갈래 통로를 도입한 평면도 눈에 띄었다. 외부에서는 주차장을 모두 지하에 설치해 지상은 어린이 놀이터나 녹지공간 등으로 쾌적하게 꾸민 게 특징이었다.

입주를 앞둔 주민 양대곤(42)씨는 "저렴한 가격에 비해 마감재나 평면 등 품질이 일반 아파트 못지않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우리 고유의 '한옥 스타일'도 곳곳에 반영했다. LH 푸르지오 아파트 담장에는 기와 디자인을 넣었고, 인근 근린공원에는 주민들이 공동시설로 쓸 수 있는 한옥을 짓는다.

'반값 아파트'라는 별명답게 A2블록 집값은 3.3㎡당 평균 960만원대로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이다. 최근 보금자리지구에서 분양한 삼성물산의 민영아파트 '래미안 강남힐즈'는 평균 분양가가 3.3㎡당 평균 2025만원 선이었다. 인근 세곡동 '세곡리엔파크' 5단지 아파트(전용 84㎡)도 지난 5월 5억3000만원에 실거래돼 3.3㎡당 가격이 2000만원대를 훌쩍 넘는다. 다만 강남지구 분양아파트는 5년을 실제로 거주해야 하며 8년간 전매가 금지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이 취지는 좋지만 앞으로도 지속될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한다. 무엇보다 이 사업의 대표시행자인 LH가 100조원이 넘는 부채를 지고 있어 토지 보상비를 마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업을 진행했을 때 수익을 장담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LH가 서울 강남·서초 등 수도권 9개 보금자리지구의 영구·국민임대주택 및 공공임대주택 사업에서 1100억원가량의 적자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LH는 보금자리지구 내 각종 용지 매각으로 손실을 보충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건설업계에서는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건설사의 한 주택담당 간부는 "반값 아파트라는 취지는 좋지만 정부가 입지가 좋은 수도권 그린벨트에서 저렴한 아파트를 대거 공급하는 것은 경쟁을 벌이는 민간업체 입장에서는 결코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