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기업의 국내 種子 독점, 우리 기업이 깼다

동부그룹이 세계 최대 종자(種子)회사인 미국 몬산토(Monsanto)로부터 국내 종자사업을 넘겨받았다.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팜한농은 지난 11일(한국 시각)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몬산토 본사에서 한국법인인 몬산토코리아 인수계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몬산토코리아가 보유하고 있는 300여종의 곡물·채소 종자와 영업 자산을 비롯해 몬산토가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자산 일부를 넘겨받는 내용이다. 동부팜한농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종자를 대거 확보해 식량 안보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다국적 기업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국내 종자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종자 주권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종자 주권 회복으로 식량 안보 강화될 것"

국내 주요 종자 회사는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를 전후해 다국적 기업에 줄줄이 넘어갔다. 1998년 당시 국내 종자 시장 1위인 흥농종묘와 3위 중앙종묘가 세미니스(네덜란드)에 인수됐다. 2위 업체 서울종묘와 4위 청원종묘는 1997년 노바티스(스위스)와 사카다(일본)에 각각 매각됐다. 몬산토가 2005년 세미니스를 인수하면서 흥농종묘와 중앙종묘는 몬산토코리아로 재탄생했다.

이후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무·배추·고추 등 토종 채소 종자는 50% 이상을 다국적 기업에서 사와야 했다. 또 양파·당근·토마토 등은 다국적 기업이 국내 종자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했다.

동부팜한농은 몬산토코리아 인수를 통해 보유 종자가 현재 200종에서 500종으로 대폭 늘어난다. 국내 종자시장 점유율도 8%에서 26%로 올라간다. 동부팜한농 우종일 부회장은 "삼복꿀수박·불암배추·관동무 같은 국내 대표 과일·채소 품종의 종자를 14년 만에 우리나라에 되찾아오는 의미도 있다"며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다양한 품종을 육성하고 해외 현지 적합 품종을 개발해 세계 종자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종자는 농업 분야 반도체"… 김준기 회장이 인수 지시

몬산토코리아 인수는 평소 농업에 관심이 많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강한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김 회장은 오래전부터 "한국 농업은 경쟁력을 잃은 낙후된 산업이 아니다"라면서 "기업이 의지를 가지고 적극 투자하면 농업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와 몬산토의 30년 가까운 인연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동부는 몬산토와 1983년 국내 최초의 반도체 원판(웨이퍼) 제조회사인 코실(현 LG실트론)을 합작 설립한 이후 30년 가까이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김 회장은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국내 종자 회사를 인수한 몬산토의 행보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오다, 지난해 초 몬산토가 한국·중국·일본에서 벌이고 있는 종자 사업을 재편한다는 정보를 보고받았다. 김 회장은 "지금이 몬산토코리아를 인수할 절호의 기회"라며 "치밀한 전략을 세워 인수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종자(種子·seed)

식물에서 나온 씨앗이나 고유 품종. 농작물을 재배하려면 해당 종자를 소유한 회사에 로열티를 내고 씨앗을 사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