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바람 난 카페… 옷 팔고 가구 팔고, 또 악기까지

인테리어에 반해 커피 한잔 마시러 들어갔다가 북유럽 스타일의 의자를 구입한다. 딸아이 바이올린을 하나 살까 구경하러 갔다가 브런치를 먹는다. 파마를 하다 지루해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문한다.

멀티 카페, 멀티 레스토랑이 인기다. 가구 쇼룸과 카페가 결합한 '퍼니처 카페'가 서울 시내 곳곳에 생겨나고 악기매장, 의류매장, 문구매장, 심지어 미용실에도 커피와 갖가지 음식 메뉴가 등장했다. 인테리어, 서비스 개념이 아니라, 커피+알파(α) 제품의 거래가 추가로 발생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앞 악기 거리에 2호점까지 낸 '요요마의 키친'은 바이올린·첼로 등 현악기를 판매하는 매장으로서보다는 고구마 흑임자 수프와 필레미뇽 샐러드가 맛있는 레스토랑으로 요즘 더 유명하다.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린 바이올린은 근사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랑받는다. 물론 구매도 가능하다. 레스토랑 지하매장엔 교육용 현악기들이 전시돼 있다. 레슨실, 수리실과 함께 와인저장고도 있다. 연습이 끝나면 배가 출출해진 음악도들에게 차와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가 지금은 유명 맛집이 됐다. 2호점 지배인 김성래씨는 "레스토랑에 식사하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악기를 구경하고 구매하신다"면서 "꼭 악기 구입이 아니라도 클래식 향기를 느끼기 위해 일부러 오시는 손님이 많다"고 했다.

청담동 골목에 있는 '카레 클린트'는 가구 쇼룸을 카페 형태로 꾸며 '카클마니아'란 팬덤까지 만든 독창적인 공간이다. 홍대 출신 가구 디자이너 셋이 자신들 작품을 전시하는 곳으로,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의 실용가구들이 주를 이룬다. 카페 형태로 만든 건 '슬로(slow) 쇼핑'을 위해서다. "처음엔 온라인 판매로 시작했다가 가구를 실제로 만져보고 앉아도 본 뒤 구입하는 시스템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카페 형태로 꾸몄다"는 게 매니저 한우리씨의 설명. 실제로 주말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가 많이 찾는다. 커피값도 3000원(테이크아웃은 1900원)으로 저렴한 편. 청담동 매장의 성공으로 이달 초 홍대 앞에 2호점을 열었다.

'mmmg카페'는 문구매장이자 가구쇼룸이며 커피숍이다. 문구업체 mmmg가 안국역 부근의 3층 건물을 창고형 멀티공간으로 꾸몄다. 주변에 스타벅스와 커피빈이 있지만 커피를 마시며 가구도 구경하고 문구를 사려는 마니아들이 찾아온다. 가구업체가 작정하고 만든 카페도 있다. 팔판동 삼청교회 앞에 자리한 '카페 D-55'는 가구업체 디 인더스트리 제품으로 카페 전체를 꾸민 공간이다. 테이블, 의자, 문고리, 옷걸이 등 가구와 소품들이 가격표가 붙여진 채 카페 안에 전시돼 있다. 신사동에 있는 '까사밀'은 가구업체 까사미아가 브런치 카페를 겸해 만든 쇼룸이다.

지난해 관훈갤러리가 문을 열어 '대박'이 난 '관훈카페'는 쇼윈도에 중저가의 의류가 걸려 있다. 카페 입구에는 작은 의류매장이 있다. 강영희 관장은 "갤러리 수익사업으로 카페를 시작했고, 도로변에 난 유리창이 허전해 보여 디자이너 제품 의류들을 걸어놨는데 반응이 꽤 좋다"고 말했다. 해외 유명 남성의류 편집매장인 '존 화이트'는 고급스러운 의류 전시공간과 함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야외 테라스까지 갖추고 있어 청담동의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다.